이런 친절을 어찌 외면하랴
Posted 2023. 11.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징어 진미채를 사기 위해 한 정류장 거리의 중부시장을 향해 걸었다. 옛날 북적거리던 을지로 상권이 위축된 지 오래인데, 주일이어선지 거리는 더 한적한 게 적막감마저 들었다. 길가 건물에 화장실이 있을 듯해 들어갔는데, 프린트 된 두 줄 문구가 시선을 끌어당겼다.
이런! 가까이 오시되, 다가와 달란다. 그것도 잘 받겠다니! 요즘 세상에 이만한 친절을 베푸는 데가 있을까? 이렇게 다정하고 다소곳하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을까? 굉장한 헌신과 절대적 순응을 다짐하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낙원상가 5층에 있는 공익경영센터 화장실(9/28/19) 문구도 좋았지만, 한 수 위였다.
순간 급한 목적도 잊은 채, 이 여덟 자 두 줄 문구(이런 걸 전문용어로 팔언쌍구라 해야 하나^^)를 읽으면서 입가에 베시시 미소가 번졌고, 킥킥거리다가 기꺼이 한 걸음 다가가 주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그 거리를 걷다가 친절을 만끽하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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