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장대
Posted 2011. 9.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남한산성 서문과 남문 사이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수어장대를 오랜만에 찾았다.
2층 누각인데 위용이 당당했다. 1층은 열린 구조로 볼 순 있지만 들어가진 못한다는 팻말이
가볍게 놓여 있고, 2층으로 통하는 목조계단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누가 쓴 휘호인지 모르겠지만 글씨가 무척 힘이 있어 보인다. 거의 활자체에 가까운
걸로 볼 때 당대 명필 중 한 사람이 쓴 걸로 보인다. 서예를 잘 모르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필체를 맵씨있게 쓰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작은 글자가 아니고 큼지막하게 써야 하는
관아 현판 글씨는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큰 붓으로 호흡을 고르면서 천천히
그러나 일필휘지했으리라.
남한산성을 지키던 부대가 주둔하던 일종의 관청이었던 이 곳엔 무망루란 다른 현판도
한 곳에 따로 모셨는데, 두 현판의 필치는 얼핏 보면 닮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돌아가신 장형(長兄)이 당대 제일이었던 일중(一中) 선생 문하의 서예가여서 마음만 먹으면
기초를 배울 수 있었는데, 젊을 땐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아니면 귀찮았는지 붓을 잡지 않은 게
살짝 후회될 때도 있다.^^
우리가 요즘 쓰는 태극 문양은 문 위에 작게 그려져 있고, 양문에 걸쳐 커다란 삼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 처음 그렸을 때는 아주 선명했을 텐데 세월의 흐름과 함께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삼태극엔 황색을 많이 쓰는데 녹색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태극 문양의 방향도 조금 다른 것 같다. Anyway, 잠시 고풍스런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특별한 건 없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로즈매리가 휴대폰 바탕화면을 돌담 클로즈업한 걸로 바꿨다며
으쓱댄다. 역시 미적인 감각은 그녀가 한 수 위다. 이런 건 냉큼 따라해야 한다. 돌담을 줌인,
줌아웃 해 가며 여러 장 찍었다.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보는 것관 달리 느낌이 안 사는 것들도
있다. 그래도 이 돌담 앞에서 족히 5분은 머문 것 같다. 수어장대, 가만히 서서 또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것저것 볼 게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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