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리 영산수련원
Posted 2011. 9. 20.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월요일부터 사흘간 파주 오산리 영산수련원에서는 북한을 위한 기도모임인 PINK(Prayer
Initiative for North Korea) 2011 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흘 동안 모든 프로그램이 기도 중심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대회인데, 덕분에 처음으로 오산리 기도원에 가봤다.
꽤 보수적인 정통 장로교 배경에서 자란 나는 그 뜨겁고 시끄러운 기도원이나 성령 운동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좋게 말하면 지적이고 진지한 그리스도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차가운
날라리에 가까워 사십여 년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그 흔한 기도원에 자발적으로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직업상 이런저런 수련회나 대회 등이 열리는 기도원이나 수양관엔 많이 가봤지만,
혼자 기도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진 않았단 말이다.
오산리 기도원은 할렐루야 기도원과 더불어 수도권에서 쌍벽을 이루는데, 꼭 순복음파가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한번쯤은 가봤을 법한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어느 정도로 무관심했느냐
하면 오산리가 파주에 있는지 이번에 내비게이션에 영산수련원을 입력해 보고서야 알게 됐을
정도니, 더 할 말이 없다.
추모공원까지 꽤 넓은 터에 자리잡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짐작컨대 수련원 이름인 영산은
신령한 산이란 의미도 있고, 조용기 목사의 호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기도원엔 장모의
이름을, 수련원엔 사위의 이름을 붙여 순복음교회 개척동인을 기념하는 것일 게다.
평소에도 찾는이들이 많은 듯,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오가는 교회 셔틀이 하루에 열 편이
넘고, 금식기도원에선 하루에 새벽부터 철야까지 예배가 다섯 번이나 있다. 그만큼 기도하러
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인데, 새삼 지난 이삼십 년간 한국교회를 풍미한 순복음교회의 위력이랄까
저력을 짐작케 만든다. 철야기도예배를 영어로 Allnight Service라 부르는 것도 재미있다.
두세 달 전에 새로 나온 유진 피터슨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피터슨이 자신을 Presbycostal,
그러니까 Presbyterian(장로교인)과 Pentecostal(오순절교인)의 합성어로 자임하는 것을 흥미있게
지켜봤다. 오순절 장로교인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했는데, 모르긴 해도 한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요즘 트렌드이기도 한데, 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