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도 영성
Posted 2011. 9. 21.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PINK 대회 첫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영산수련원 안쪽에 있는 오산리 기도원을 둘러봤다.
초현대식으로 말끔하게까진 아니어도 예상했던 것보다 넓고 깔끔한 동산 같았다. 큰 건물이
여러 동 있고, 잔디운동장과 잘 가꿔진 산책길 등 시설이 괜찮았다. 월요일 점심 시간인데도
여느 주일 교회 풍경처럼 기도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오다니고 있었다.
수십 만 여의도 직계 교인에 방계 교회들 가족까지 합하면 줄잡아 백만은 될 테고, 꼭 순복음
교단만 아니라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당일 코스 또는 좀 더 긴 기간 머물며 기도하러
전국에서 모인 것일 테니 이 공간엔 항상 최소 천 명 이상은 머문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굉장한 숫자가 아닐 수 없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
식당이 있긴 했지만, 이름 그대로 금식 기도를 하러 모인 이들이 상당수일 것인데, 그만큼
간절하고 치열한 기도의 영성을 추구하는 공간에서 다른 대회 참가차 옆건물에 오긴 했어도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잠깐 스쳐가듯 스케치를 하려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기도원 대성전 - 교회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이름이지만 별로 안 좋은 말이다 - 입구와
외벽 정면에 내건 펼침막 문구가 이 동네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흔치 않을 것이다.
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 (사도행전 19:2)
성령을 소멸하지 말아라. (데살로니가 전서 5:19)
이 뜨거운 구절을 보고도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는 날라리 신자는 오히려 두 번째 펼침막
문구에서 빵 터졌다. 함께 지킨 불조심에 함께 웃는 은혜동산. 성령의 불을 받자면서 불조심을
하자니? 물론 이 불이 그 불은 아닐 것이다. 웃자고 해본 것이니, 성령파들은 너무 흥분해
이 초짜를 나무라지 마시길.^^
기도원 본 건물 격인 대성전은 겉보기와 달리 정말 대(大)했다. 매일 다섯 번 있는 예배
시간 사이의 휴식 시간이라 건물을 벗어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도 수백여 명이 남아
기도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반원형의 스타디움 식 좌석 배치에 강단과 청중석 사이의 넓은 바닥 공간이 이 곳의 규모와
열기를 미루어 짐작케 한다. 천장 시설과 강단 전면의 각종 펼침막과 그림들, 중계 카메라까지
이 곳은 별천지였다. 주일의 교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평일 낮 기도원 풍경이다.
신자들의 앞자리 사랑과 열심은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긴급하고 각별한
소원을 빌러 왔으니 강단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경쟁이 치열할지도 모르겠다. 이왕 기도하는
거, 강단 가까이서 불을 받고 싶은 간절함은 내남이 차이가 없을 터.
기도원에 오는 이들이 예배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기도굴이 여기저기 있다.
한 평 남짓 돼 보이는 방에서 기도하는 소리, 찬송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보이진
않았지만 기도원 야산에서도 박수치는 소리, 따다다다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산기도 영성이다.
예상은 했지만 조금 혼란스러웠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믿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저젛게 다르게 믿는 걸까? 단순한 스타일 차이라고 하기엔 여기서 저기가 너무 멀고 다르지
않은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접근 방식의 차이라기엔 둘 사이가 너무 달라 이상해 보이기
까지 하다. 뭔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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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때 종종 그곳을 스쳐 지나간 시인들의 감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가 많아요.
제겐 여행을 남다르게 할 수 있는 순간들이기도 한데..
믿음도 같은 방식을 취하면 좀 남다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더라구요.
가령 허수경 시인이 "땅은 속으로 그 많은 지하수를 머금고 얼마나 울고 싶어하나"라고 노래하면
저는 물이 늘어난 계곡에 섰을 때 오늘은 땅이 눈물을 드러내놓고 원없이 펑펑 울고 있구나 하는 식이죠.
성경의 구절은 시에 가까워 보이는데 사람들은 그걸 너무 실질적으로 보는 듯 싶어요.
시는 말의 이면을 응시해야 길이 열리기 때문에 조용히 음미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무시하면 그때는 시를 시끄럽게 읽고 떠드는 자리만 남는 듯 싶기도 해요.
시끄러운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는 분명히 있는 듯 싶다는.-
문학을 하시는 dong님의 통찰력에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시인의 감성을 느끼고 말의 이면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건
여행과 일상뿐 아니라 신앙생활에도 잘 새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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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러보는데, 유익한 블로그네요.
저도 위에서 두번째 사진에서 웃고 갑니다.
요즘엔 불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은 소화기를 가지고 다녀야 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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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신지 모르지만, 덕분에 작년에 올린 걸 다시 보게 되네요.
블로그도 글처럼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쓰거나 올린 건 여간해선 안 보게 되거든요.
다소라도 유익한 느낌을 전해 드렸다면 제가 고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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