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인정
Posted 2011. 11.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점심 산책길인 모락산 등산로에 얼마 전부터 새 안내판이 세워졌다. 그 동안은 사각 나무
기둥이었는데, 그 옆에 짙은색 나무판이 마치 보면대처럼 서 있다. 통나무판 나뭇결이 드러나
있어 재질도 산 풍경과 잘 어울린다. 가로가 세 뼘 정도 되는데다 주요 지점을 선명한 색상의
다이어그램으로 그리고, 폰트도 요즘 많이 쓰는 거라 아무래도 보기가 낫다.
산령각은 이 표지판 뒤에 있는 작은 사당인데, 사무실에서 예까지는 5분 걸리고, 20분쯤
제법 경사가 있는 긴 계단길을 약간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오르면 사인암이란 큰 바위가
나오는데 거기서 정상은 15분이면 된다. 사인암의 높이는 표시돼 있지 않아 확실하진 앉지만,
대략 300미터쯤 되는 것 같다. 앞이 탁 트인 바위에 오르면 외곽순환도로가 흐르는 평촌신도시와
과천 시내와 함께 수리산,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이 멀리 펼쳐지고, 서울의 산들도 더 멀리
보이는 끝내주는 전망이 일품이다.
올라 온 길로 다시 내려오거나 둘러 내려와 계원대 캠퍼스를 통과해 오는 게 내 점심산책
코스인데, 대략 50분 안팎이 소요된다. 이번에 새로 세워진 안내판에는 사인암까지가 654m,
거기서 정상까지는 704m라고 아주 상세하게 거리 표시를 해 놓았다. 그 옆에 있던 표지판을
비롯해 보통은 백단위나 십단위 정도만 표시해 놓는데 일단위까지 일일이 표시해 놓은 걸로
볼 때 측량에 제법 공을 들인 것 같고, 최신 자료에 기초했을 터이니 아마 이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옆에 서 있는 이전 표지판의 거리 표시가 꼭 틀린 것도 아니다. 기준점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산에서의 거리나 시간이라는 게 평지에서처럼 딱 들어맞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산길이라는 게 본디 크고 작은 경사가 있게 마련이고, 여기서 저기까지도
여러 갈래 길이 나 있어 조금씩 오차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측량하는 이들로선
최직선 거리, 최단 거리를 재려 하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딱 떨어지긴 어렵다.
산에 다녀본 이들은 알 것이다. 정상까지 얼마 남았냐 - 거리와 시간을 함께 묻는 약간 숨찬
- 는 질문에 열이면 열이 조금씩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는 것을. 그 가운데 누가 맞고 틀리냐를
가리는 건 애시당초 부질없는 짓이다. 각자 몸 컨디션이 다르고, 산행 익숙도에 차이가 있어 정답이
있을 수 없으니, 차라리 내가 기대하는 답이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 정답보다는 기대감을 갖고,
약간의 오차는 눈감아 주고 인정하는 것. 지난 몇 년 간 점심산책과 주말산행에서 체득한
작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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