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나무
Posted 2011. 1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11월 하순이 되면서 차가운 날씨와 함께 산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 웬만한 나무는 잎이
거의 떨어져 그동안 가리고 있던 하늘을 거의 훤하게 드러내 준다. 그 대신 산길에는 말아쥔 낙엽들
- 블로그 친구 dong님의 멋진 표현이다 - 이 수북이 쌓이면서 땅을 덮고 있다.
낙엽들 사이로 내 키보다 작고 가느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키와 나무 굵기에 비해
과도하게 크고 무거워 보이는 이파리가 마치 깃발인양 달려 있었다. 투톤 컬러로 보여 다가가
위에서 내려다 보니 봄 여름 두 계절을 지켜왔던 그린 컬러를 잃어가고 반쪽은 이미 브라운 컬러를
입었고, 나머지 반쪽도 서서히 변해 가고 있었다. 줄기에서 먼 곳부터 가로로 물이 들지 않고
아예 세로로 한 쪽이 먼저 변한 후 다른 쪽으로 전이되는 것도 신기했다.
아직까지는 봐줄 만한데, 두어 주쯤 지나 올 브라운이 되면 얼마 안 지나 떨어지고, 그러면
이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가녀린 나무는 새 봄이 찾아와 새 깃발을 달아줄 때까진 긴 겨울방학에
들어갈 것이다. 이 나무에 깃발 나무란 이름을 붙여주고, 산책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잘 있었냐고
말을 걸어주는 것도 서로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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