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린 산길
Posted 2011. 12.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눈 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눈은 어떤 소리를 내며 내리는가? 그러고보니 비나 바람
소리는 익숙해도 눈 내리는 소리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지내온 것 같다. 수요일 점심 산책을 하기 위해
모락산 사인암으로 오르던 중 뒤에서 그리고 옆에서 툭 툭 사르르 사르르 작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가 따라오는 소리도 아니고, 다람쥐가 지나갈 만한 곳도 아니어서 뭔가 했더니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하는 소리였다.
눈이 실제로 그런 소리를 냈다고 장담할 순 없고, 내 귀에 그렇게 들린 것이다. 산길에 눈이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해 뒤돌아보니 어느새 땅을 살짝 덮기 시작했다. 많이 내리진 않았고, 낮 기온도 영하가
아니어서 쌓이지는 않고 금세 바람에 쓸려 사라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올 겨울 실질적인 첫눈을 맞으며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사인암까진 20분이 조금 더 걸리는 오르막이라 약간 숨이 찬 길인데, 눈을
맞으며 걷노라니 어느새 사인암에 닿아 있었다.
사인암에 오르니 평소엔 환히 멀리 확보되던 시야가 잔뜩 흐려 뿌옇고. 오를수록 굵어진 눈발이
한창 뿌려대고 있었다. 비도 그렇지만 눈 내리는 순간도 웬만해선 카메라로 포착하기 어렵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눈 내리는 장면을 카메라가 제대로 담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하산길 철계단 입구 전망대에 서 있는 입간판에도 눈이 내렸다. 그 안에 있던 과천, 청계산, 국사봉,
관악산, 백운산에도 온통 눈발이 한창이다. 눈이 뿌려대니 간판 속 산들도 제법 겨울산 기분을 내는 것
같았다.
앞서 가던 부부 등산객이 핸드폰을 꺼내 서로를 찍어주고 있었다. 다 내려와 계원대 후문을 통과해
운동장 옆을 지나는데, 하얗게 깔린 눈길 위를 두 커플이 지나가면서 발자욱을 만들고 있었다. 평소엔
운동장 옆길로 걸었을 텐데, 눈길을 걸으며 발자욱을 남기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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