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히브리서에 있었어?
Posted 2012. 1.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백운호수에 있는 묵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식당 한쪽 벽에 익숙한 성경구절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한 문장 안에 복(Blessing)이 두 번, 번성(Multiplying)이 두 번씩 더블로 들어가 교회 다니는
이들이려면 누구나 좋아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식당이나 가게를 오픈할 때 많이 선물하기도 하고,
결혼예배에서 주례자가 축도나 축원할 때 18번처럼 갖다 쓰는 말이다. 앞날이 잘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친지나 이웃이 선물한 것일 텐데, 전에는 붓으로 써서 표구한 액자들이 많았는데, 아트나
팬시 상품이 개발되면서 최근 일이십 년 사이에 많이 보급된 것 같다.
그런데 이 구절을 보는 순간, 히브리서가 아니라 레위기 말씀인데, 하고 같이 간 직원들에게 괜한
잘난 체를 하게 됐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구절에 성경 책 이름을 바꿔 잘못 만들 수 있느냐면서
희희덕거렸다. But,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옆에 앉은 직원이 바로 잽싸게 스마트폰 검색 들어간다.
그리고는 "어! 이 구절 히브리서 6:14 맞는데요!" 하는 게 아닌가!
어랍쇼! 오늘 무슨 날인가벼. 식당 액자만 아니라 스마트폰도 틀린 정보를 불러오고. 그런데 뜨아~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액자와 스마트폰이 틀린 게 아니라, 내가 틀린 거였다. 이 구절, 히브리서가
맞았다. 어떻게 된 걸까?
으레 이런 구절은 구약 창세기나 레위기에나 나오는 거려니 하고 지레 짐작한 게 잘못이었다.
하나님이 창세기 12장에서 아브람을 부르시면서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2절)의 변형이거나 변주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한 건데,
같은 텍스트가 히브리서 6장에 인용된 걸 깜빡했던 것이다.
몹시 쑥스러웠지만, 이미 엎지른 물. 다 먹고 계산하러 카운터로 나왔는데, 그 옆에도 같은 말씀이
다른 스타일의 액자로 걸려 있었다. 아마도 여러 사람에게 개업 선물로 받은 모양이다. 식당이 번성하는
건 손님이 많이 오고 끊이지 않는 건데, 이 두 액자 때문인지 백운호수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외진
곳에 있는 식당인데도 점심 손님이 제법 됐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 한 번 더 와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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