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미소탈
Posted 2012. 1.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결혼하고나서 설이나 추석 연휴는 으레 앞 1박2일은 본가에서, 뒤 1박2일은 처가에서
보내는 게 상례였다. 연휴가 사흘이면 첫날 아침에 용산에 있는 본가에 가서 성묘를 가거나
쉬다가 둘째날 아침 차례 후 일산 처가로 가서 그 다음날 돌아오는 식이었다. 장성한 조카들이
가정을 꾸리면서 요즘은 처가는 반나절 찾는 것으로 축소했지만, 여전히 1박2일 본가행은
노모의 간절한 바램으로 유지하고 있다.
별다른 명절 문화가 없어 집안 여성들이 명절음식을 만드는 동안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TV 보며 시간 보내는 게 일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집앞 한강변에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보광나들목에서 시작해 반포대교-동작대교 방향으로 한두 시간 산책하는 재미를 붙였다.
어떤 때는 잠수교를 건너 반대쪽 한남대교로 해서 한바퀴 돌아오기도 했다.
갑자기 매섭게 추워진 주일 오후 강변북로 아래로 나 있는 한강공원 산책길 교각 기둥에
달아놓은 배수관 하단이 미소를 보내와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이어폰 끼고 걷던 산책객이나 조깅하는 이들, 그리고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자전거 타는
이들이 무심코 부딪히지 않도록 간단한 보호대를 설치하거나 식별 장치를 해 놓은 것인데,
여긴 특이하게도 그 밑부분을 빨간색으로 마무리하면서 미소를 새겨놓았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데, 작은 포인트 하나가 영하의 무채색 한강변에 살짝 온기를 불어넣었다.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은 쌍커풀까지 그려 넣었다. 신기해서 교각을 빙 둘러보는데, 공사를 맡은
이들이 센스쟁이였는지 쌍둥이 배수관엔 쌍둥이 미소탈을 씌워놓아 더 큰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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