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Slow Garden
Posted 2012. 2.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마리아와 삼청동에서 점심을 먹고 차 마실 곳을 찾다가 인근에선 주차 가능한 카페가 쉬
눈에 띄지 않아 고개 너머 성북동 길가의 한 카페에 들어갔다. 제법 큰 카페였지만 간판이 눈에
띄지 않고 허름해 보이는 외관이어서 어떨까 하고 들어갔는데, 와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눈을 사로잡고 이 집에 대한 기대감을 마구 높여준 것은, 저렇게 칠판에 쓴 메뉴판이었다.
뉴질랜드 카페들이 많이 쓰는 기법(?)인데, 유럽풍이라고 들은 것 같다. 미국에서도 많이 봤고,
일본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 카페들도 이렇게 칠판글씨로 많이 적어놓는다고 한다.
이런 손글씨, 그 중에서도 색색깔로 쓴 분필 글씨는 확실히 인쇄된 폰트들보다 부드러워 보이고
정감을 자극한다. 적어도 내게는 수수해 보이면서도 뭔가 이 집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거나 새로 선보일 때 쓱쓱 지워 칸을 마련한
다음 올려놓기 좋은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기분이 업되면서 로즈마리와 마리아에게 여기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며 말이 조금 많아진다.^^
두껍고 긴 나무 재질의 주문 데크와 고풍스런 벽돌 장식들, 그리고 오픈 주방의 적당히 분주해
보이는 풍경이 이국적인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집에선 뭘 시켜도 맛있을 텐데, 이런! 우리는
방금 점심을 먹고 왔네! 파스타나 와플 시켜 커피와 먹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주일 오후 2시 반쯤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제법 북적거리고 빈 자리가 몇 개 없다. 테이블과
의자들도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가지각색 다채롭다. 다닥다닥 붙여놓지 않아 숨통이 트이고,
여유가 느껴진다. 옛날 교실 같기도 하고, 낡은 집 분위기를 내면서도 적당히 세련된 인테리어도
사람들을 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슬로우 가든(Slow Garden)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 집에 들어서면 시간을 잃어버릴 것 같다.
마리아가 시럽을 넣으러 갔다가 들었는데, 평일에 오면 훨씬 여유롭고 편하게 즐기다 갈 수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대학로, 삼청동, 이대 등 몇 군데 있다.
커피와 음식을 주문하는 곳 맞은편에 케이크 진열장과 케이크 만드는 곳(Cake Factory)이
따로 자리잡고 있다. 시카고에서 뉴질랜드 해인이와 두어 번 가 본 치즈케익 팩토리 스타일이다.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들이 눈길을 끈다. 적어도 이 집에 두 번은 다시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한 번은 파스타와 와플 먹으러, 또 한 번은 케이크 먹으러.^^
친절하게도 케이크마다 이름과 가격을 붙여놨는데, 재료를 말하는 건지, 아예 케이크 이름
자체가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눈과 침샘을 더 자극한다. 그 중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두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것하고 실제로 먹는 것은 다를지 몰라도, 케이크 살 일 생기면
동선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한두 번은 찾아올 것만 같다. 당장 25일이 둘째 생일이다.^^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옆에 기둥을 가린 듯한 나무판들과 여닫거나 드나드는 것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테리어 기능의 유리 문짝이 있었다. 고풍스럽다도 하기엔 좀 그렇고, 마치 일부러 청바지를
낡아보이게 만든 것 같이 중간중간 세워놓았다.
우리 셋은 커피만 마셨지만, 케이크도 많고, 다양한 음료 외에 만원대의 브런치 세트, 와플, 파스타,
치아바타 샌드위치, 샐러드 그리고 삼사만원대의 스테이크도 파는 것 같았다.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주일예배 마치고 점심 먹으러 오거나 차 한 잔 하기 딱 좋은 곳을 발견한 것 같다.
'I'm wandering > Joy of Discove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상사의 힘찬 글씨들 (2) | 2012.03.08 |
---|---|
길상사의 아름다운 글씨들 (6) | 2012.03.07 |
옆집에 이사온 분들 (6) | 2012.02.09 |
스티브 잡스의 영혼 (6) | 2012.01.28 |
쌍둥이 미소탈 (2) | 2012.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