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재미에 살짝 빠지다
Posted 2012. 3.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두어 주 전 토요일 새벽 일찍 잠이 깨 TV를 틀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42번에서 하는 중국 드라마를 잠깐 보게 됐다. 청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두 번째 왕인 강희제(康熙帝)의 생애를 50편으로 다룬 <강희왕조, 원제는 康熙帝國>란 사극인데, 토요일마다 6시부터 12시까지 6편씩 몰방을 해 주고 있었다. 마침 내가 보기 시작한 건 1편 끝날 때쯤이었는데, 잠깐 본다는 게 그만 사극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중간에 옹정제(雍正帝, 1723-35 재위)가 있긴 하지만 강희제(1661-1722)와 건륭제(乾隆帝, 1735-96)는 청의 4, 6대 황제로 둘 다 재위 기간이 60년이 넘는 흔치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17세기 후반기와 18세기 말까지 한 세기 반 동안 청나라를 세계사에 널리 알린 유명한 황제였던 이들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는 것까지가 내가 아는 상식이다. 강희는 그 스타트를 끊은 황제이니, 시청할 명분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 나 이참에 TV 드라마로 중국사 좀 공부하겠다는데, 왜! 뭐! 이러면 안 되겠니?
세 주 동안 토요일마다 6편씩 몰아봤고, 돌아오는 토요일에도 볼 게 분명하니 당분간 중드 마니아가 될 듯 싶다. 뭐 스토리는 그렇고 그런 사극인데, 우리 사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 드라마답게 문자를 좀 쓴다는 것 정도. 어쨌든 이상하게 화면 속으로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다. 다행인 건, 편당 45분이고 나머지는 긴 광고가 이어져 중간중간 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드라마를 즐겨 보고 좋아해 마음에 드는 드라마는 본방사수를 하는 편이긴 해도 이렇게 몰아 시청하는 건 처음엔데, 그것도 중드 사극이라는 게 조금 거시기하지만, 뭐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 옆에서 로즈마리가 안 됐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아니, 이젠 중드까지?! 그러다가 잠깐 와 보더니, 결국 지난주는 앉아서 같이 봤다.^^ 이걸 어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