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Posted 2012. 4.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과유불급(過猶不及)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뭐든지 지나치거나 넘치면 부족하거나
모자람만 못하거나 그게 그거라는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말이다. 뭔가 열심히 해 보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그 의욕이 지나칠 때 많이 쓴다.
산에 다니다 보면 종종 이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나 풍경을 만난다.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는데, 뭔가 2% 부족한 게 아니라 2% 넘치는 경우다. 대개는 자연을 보호하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등 맞는 말이지만 주변 풍경과 안 어울리게 걸어놓을 때 종종 이런
느낌이 드는데, 가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산에서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기에 여기저기 이렇게 저렇게
불조심 구호를 내거는 일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검단산 중턱에 돌무더기와 함께
나무를 깎아 글자를 새겨 세워놓은 안내판은 조금 심했다. 주변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따로 노는 소방서의 관제 슬로건은 어, 이건 아닌데, 싶다.
나름대로 멋있게 열과 성을 다해 만든 건 알겠는데, 컬러나 폰트나 모양새 어느 것 하나
차분한 구석이 없다. 한 마디로 방방 뜨기만 한다. 이걸 만든 이들의 의도가 낯설게 보이게
해서 어쨌든 눈에 띄도록 하려는 거였다면 더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세울 거라면 조금 더 미적인 고민을 했으면 좋을 듯 싶었다.
사실 이런 건 처음 세울 땐 다 낯설어 보여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비 바람 먼지 사람
손을 타면서 색도 바래고 하면서 자연스레 주변과 조화를 이뤄나가면서, 어쩌면 나중엔
이 산의 명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자주 바라봐야 할 텐데, 주변과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어 보이는 것 같아 쪼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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