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필요한 공사일까
Posted 2012. 6. 2. 04:32,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초파일 연휴 마지막날 오후에 로즈마리와 춘궁동 고골유원지로 해서 남한산성 북문에
이르는 산책 코스를 다녀왔다. 30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코스지만 이 일대에서 가장 울창한
숲 가운데 하나라 가벼운 산행이 생각날 때면 즐겨 찾는 곳이다. 등산과 숲 구경에 남한산성
나들이까지 겸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 한동안 여길 안 와서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등산로 초입부터 온통 난장판이 돼 있었다. 경사가 제법 있고 바위가 많은 곳에나 설치하는
워킹 데크를 완만하기가 그지 없고, 찾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한적한 이곳에 수십
미터도 아닌, 수백 미터에 걸쳐 대대적으로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니, 세미(稅米)길 같이 예쁜 길을 이렇게 도배해도 되는 거야? 나만 아니라 로즈마리도
연방 풀풀거리는 걸 보니, 정말 안습 광경이었던 모양이다. 달랑 현수막 하나 걸어놨는데,
도대체 남한산성 탐방로 정비사업이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그 사람들 이 길을 걸어보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한 번이라도 이 길을 걸어 올라가 산성 북문까지 가 봤다면 이런 거 설치할 생각은 차마
못 했을 것이다. 공사를 하는 이들 입장에선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공사에 뿔이 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오래되고 고즈넉한 옛날 숲길을 훼손하는 건 만행이다.
2. 워킹 데크를 설치할 정도로 오르내리는데 하등의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 완만한 코스라
굳이 이런 거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3. 결정적으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 가운데 이 길은 제일 인적이 드물다. 오래 전에 세워
놓은, 이 길을 폐쇄한다는 안내판이 지금도 서 있을 정도로 이용객이 다른 코스에 비해 많지
않은 곳이다.
계단을 잘못 놓으면 오르내리는 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난리를 피나 모르겠다. 쉬엄쉬엄 멋진 숲속길을 오르는 정취와 낭만을 빼앗아 버리고,
꼬불꼬불 S자 길을 타박타박 오르는 재미를 무시해 버렸다. 여긴 험산유곡이 아닌
동네산이다, 이것들아!
굳이 이런 시설이 필요 없는 애먼 데다 설치하려니 키를 맞춰야 하고, 각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안 해도 되는 공정이 추가된다. 저런 덴 굳이 손을 대고 싶으면 받침목 없이
그냥 땅 바닥에 일정 간격으로 두거운 침목을 놓아도 될 일이다. 어떤 데는 1미터가 넘는
다리를 놓아야 했는데, 이거 다 돈 아닌가.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막 쓰는지 모르겠다.
끝이 없었다. 고골에서 북문까지 채 1km도 안 되는 세미길의 중간까지는 이 몹쓸
탐방로를 놓을 모양인가 보다. 길이 좁아져서 더 이상 편안한 설치를 할 수 없는 지점
에서야 비로소 공사판은 끝이 났다. 모르지, 언젠가는 2단계 공사를 재개해 북문앞까지
보란듯이 연장해 놓고 정비사업을 완료했노라고 나팔을 불어댈지.
숲속에서 공사를 하려니 발전기가 동원되고 절삭기도 맹활약을 한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봤겠지만, 이미 빈정이 상해 걸음을 재촉해 그 구간을
서둘러 벗어났다. 괜히 욕이 나왔다. 2Run씸ple,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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