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몰상식
Posted 2012. 6.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산에 다니다 보면 가끔 이런저런 팻말이나 현수막을 보게 되는데, 관공서에서 붙인
공식적인 것들 외에 누군가 개인적으로 써 붙인 것들도 왕왕 보게 된다. 내용은 산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거의 대개는 자연을 보호하자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기왕이면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리도록 조금 예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분들 덕에 이나마 보존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견우봉 등산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그러니까 산행을 마치고 거의 하산하는
지점 숲속 나무에 손으로 쓴 팻말 하나가 붙어 있었다. 나무 밑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하는 내용이다. 소리 나는대로 쓴 게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쓰거나 오른쪽
위쪽으로 보이는 근처에 사는 이가 하도 답답해서 하소연 식으로 써 붙인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나무 밑쪽 움푹 파인 공간에 쓰레기 봉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딱 쓰레기
버리기 적당한 공간으로 보여 어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 같다. 내용물은 십중팔구 막걸리병에
김밥 봉지 또는 과일 껍질이었을 것이다. 툭 버리고 가는 사람은 쉬운데, 그걸 보는 이들이나
주변에 사는 이들은 그냥 봐 주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 정도 지점이면 산꼭대기에서 거의 내려와 조금만 더 가면 버스를 타거나 큰길이
나오는데, 잘 갖고 내려오다가 마지막에 버리고 간 모양이다. 산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오래된 상식을, 이 정도야 괜찮겠지, 아무도 안 보는데, 버리니까 가벼워지잖아
하는 순간적인 몰상식이 압도해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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