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풍경
Posted 2012. 4.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지난 주간, 드디어 11년 30만 km를 뛴 차가 심각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해 한 주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했다. 차로 다닐 땐 8시쯤 집을 나섰는데, 버스로 가려면
배가 걸려 7시 전에 집을 나서야 했다. 잠실역에서 좌석버스로 갈아타 안양농수산시장에
내려 10여 분 걷는 것까지 도합 1시간 40-50분쯤 소요됐다.
강변역에서 오는 1650번은 잠실역에서 많은 승객을 태우는데, 하마터면 못 앉아 갈 뻔
했다. 그나마 잠실역은 양반이고, 문정, 장지역쯤에선 더 이상 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태우는데, 이십여 명은 같은 요금을 내고도 꼼짝없이 서서 가야 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외곽순환도로 구간이 20분 정도 계속되는데, 그렇다고 앉아가려고 마냥 다음차를 기다릴
수도 없고, 출퇴근 전쟁의 애꿎은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았다.
들었는데, 그러니 좀 견딜 만 했다. 가만히 보니 대부분의 승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은 듣기 기능은 물론 보기 기능도 훌륭해 개중에 어떤 이들은 다운 받아
두었거나 실시간으로 방송이나 동영상을 보며 피곤하고 지겨운(?) 출퇴근 길의 애환을
달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앞에 선 이의 표정 변화가 볼 만 했다. 소리만
안 냈지, 웃음을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손으로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고 있으려니 아무래도 여러 번 자세를 바꿔야 했지만,
개그 프로가 그를 구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해 앉아 가는 이들은 상당수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것 같았는데, 개중 어떤 이들은 아예 깊은 잠에 빠졌는지 고개가 옆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저러다 내리는 데 놓치면 어떡하나 싶지만, 괜한 걱정이다. 경험상 자기가
내릴 때가 되면 귀신 같이(?) 잠이 깨는 게 출퇴근, 등하교 버스나 지하철의 설명할 수 없는
생리이자 매력이기 때문이다.
'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코나 커피병 (2) | 2012.05.31 |
---|---|
차에서 듣는 usb (4) | 2012.05.30 |
청계천 복원 퍼즐 (2) | 2012.04.10 |
인터뷰를 당하다 (2) | 2012.04.09 |
선거 사흘 전 (2) | 201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