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와 외면
Posted 2012. 5.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타이뻬이 남쪽 근교 우라이(烏來)의 멋진 산간 유원지 윈센러위안(雲仙樂園)은 구름 위에 신선이 노니는 낙원이란 뜻이다. 해발 800미터 지대에 위치한 산중공원으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 팔뚝만한 잉어가 노닐고 보트를 탈 수 있는 옥빛 호수, 어른들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 코스, 온천 호텔 등이 있어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반나절 또는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각광 받는 곳이다.
옥빛 호숫가 한쪽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앵무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이곳에선 유명하고 각별한 존재인듯, 곱고 아름답다는 뜻도 함께 지닌 성할 왕(旺) 자 둘을 연이어 써서 旺旺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현지 발음은 어찌 되나 궁금해 중국어를 전공한 편집장 자매에게 물었더니 중국어로도 왕왕으로 읽는다고 한다.
하도 색이 화려하고 기품이 있어 기다렸다가 누구나 다가가서 구경하고 사진 찍기 바쁜데, 인심이 후한 건지, 아니면 관광지라 많이 단련이 된 건지 일일이 포즈에 응해 주어 좋은 장면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이십여 년 전에 로즈마리와 싱가폴의 주롱 새 공원(Jurong Bird Park)에서 먹이를 주고 놀아준 적 말고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커다란 새를 응시하긴 처음인 것 같다. 왕왕도 이런 내 처지를 눈치챘는지 잠깐 물끄러미 내쪽을 바라봐주면서 체면을 세워주더니 이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왕왕은 나를 보려 한 게 아니라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 새겨진 다른 새를 보려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침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 새가 작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녀석은 날지 못하는 새 키위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여유 있게 시선을 돌렸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키위가 아예 처음부터 왕왕을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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