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즐거워야 한다
Posted 2012. 9.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내가 9년째 일하고 있는 2080은 매달 한 번씩 운영위원회를 연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독립해 나간 지단체들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근황을 나누면서 서로 협력하거나 지원해야
할 것들을 의논하는 시간이다. 사무실을 돌아가면서 모이는데, 여름 두 달을 쉬고 가을을 여는
첫 회의가 8월 마지막 날 오후 청담동에 있는 카페 <그 안에 스케치북>에서 있었다.
톨릭스(Tolix) 풍의 인테리어가 멋진,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카페를 둘러보느라 우리 테이블은 비어 있다. 회의하기에 적당한 크고
넓은 책상과 멋진 포스터들을 배경으로 하는 벽면을 낀 자리가 오늘 회의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한다. 공간이나 분위기가 회의를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딱딱하고 단조로운
사무실을 벗어나니 아무래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앉았던 자리 정면은 포스터가 걸린 벽이고, 뒷쪽은 오픈된 격자 유리창이 파티션을
대신해 얼핏 보면 독립된 공간처럼 보이게 한다. 회의 초반부는 아직 워밍업들이 안돼선지
조금 진지하고 경직돼 보이기까지 한다. 턱을 괸 이가 둘, 팔짱 낀 이, 깍지 껴서 머리 뒤로 올린
이, 필기하는 이, 그리고 생각에 잠긴 이가 각각 하나씩 보인다.
이 풍경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잡아봤다. 시선들이 한곳으로 향하는 걸로 봐서 다들 보스가
한 마디 하는 걸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는데도 회의는 역시 회의인지라, 그것도 두 달만에 모인 자리인지라 아직 조금 무거워 보인다.
같은 자세나 포즈를 시종 유지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고개를 숙였던 이는 기지개를
하고,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에 메시지가 떴는지 확인하는 일이 회의 내내 마치 전염되듯
돌아가면서 벌어진다.
이럴 땐 커피나 음료 그리고 과자가 큰 역할을 한다. 무료함도 달래주고, 지루함도 한
템포 건너뛰게 하고, 발언하거나 토론하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데 제격이다. 이 집
메뉴 가운데 한국에선 파는 집이 별로 없는 뉴질랜드 풍의 플랫 화이트(Flat White)가 있어
시켰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커피나 차만으로는 약간 아쉬운데, 마침 땅콩이 들어간 얇고 바삭한 과자가 나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으니 바쁘게들 집어간다, 요거 은근히 맛나다. 순식간에 없어지는
걸 본 종업원이 눈치껏 몇 개 더 갖다주었다.
꼭 커피와 과자 때문은 아니겠지만, 때마침 좌중에 웃음이 한 방 터졌다. 긴장과 경계의
끈이 풀리면서 화기애매했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순간이다. 고개를 뒤로 제끼면서까지
환하게 웃고 서로 눈을 맞추는 걸로 봐서 꽤 재밌거나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벽면 포스터의 벌거벗은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이후 회의는 일사천리로 풀렸다.
독립해 나간 지단체들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근황을 나누면서 서로 협력하거나 지원해야
할 것들을 의논하는 시간이다. 사무실을 돌아가면서 모이는데, 여름 두 달을 쉬고 가을을 여는
첫 회의가 8월 마지막 날 오후 청담동에 있는 카페 <그 안에 스케치북>에서 있었다.
톨릭스(Tolix) 풍의 인테리어가 멋진,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카페를 둘러보느라 우리 테이블은 비어 있다. 회의하기에 적당한 크고
넓은 책상과 멋진 포스터들을 배경으로 하는 벽면을 낀 자리가 오늘 회의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한다. 공간이나 분위기가 회의를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딱딱하고 단조로운
사무실을 벗어나니 아무래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앉았던 자리 정면은 포스터가 걸린 벽이고, 뒷쪽은 오픈된 격자 유리창이 파티션을
대신해 얼핏 보면 독립된 공간처럼 보이게 한다. 회의 초반부는 아직 워밍업들이 안돼선지
조금 진지하고 경직돼 보이기까지 한다. 턱을 괸 이가 둘, 팔짱 낀 이, 깍지 껴서 머리 뒤로 올린
이, 필기하는 이, 그리고 생각에 잠긴 이가 각각 하나씩 보인다.
이 풍경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잡아봤다. 시선들이 한곳으로 향하는 걸로 봐서 다들 보스가
한 마디 하는 걸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는데도 회의는 역시 회의인지라, 그것도 두 달만에 모인 자리인지라 아직 조금 무거워 보인다.
같은 자세나 포즈를 시종 유지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고개를 숙였던 이는 기지개를
하고,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에 메시지가 떴는지 확인하는 일이 회의 내내 마치 전염되듯
돌아가면서 벌어진다.
이럴 땐 커피나 음료 그리고 과자가 큰 역할을 한다. 무료함도 달래주고, 지루함도 한
템포 건너뛰게 하고, 발언하거나 토론하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데 제격이다. 이 집
메뉴 가운데 한국에선 파는 집이 별로 없는 뉴질랜드 풍의 플랫 화이트(Flat White)가 있어
시켰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커피나 차만으로는 약간 아쉬운데, 마침 땅콩이 들어간 얇고 바삭한 과자가 나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으니 바쁘게들 집어간다, 요거 은근히 맛나다. 순식간에 없어지는
걸 본 종업원이 눈치껏 몇 개 더 갖다주었다.
꼭 커피와 과자 때문은 아니겠지만, 때마침 좌중에 웃음이 한 방 터졌다. 긴장과 경계의
끈이 풀리면서 화기애매했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순간이다. 고개를 뒤로 제끼면서까지
환하게 웃고 서로 눈을 맞추는 걸로 봐서 꽤 재밌거나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벽면 포스터의 벌거벗은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이후 회의는 일사천리로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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