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9 - Angels Landing의 배수관
Posted 2012. 11.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7월에 미국 유타 주 자이언(Zion) 국립공원에 있는 험산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 453m)을 구비구비 오르다가 커다란 배수관을 만났다. 황토를 넘어 적토 빛이 나는 산길에 맞춰 적색의 철로 된 지름이 50cm는 돼 보이는 큰 파이프였다. 산악지대 특유의 옆에서 쏟아지는 것과 위에서 뿌려대는 빗물을 동시에 받아서 밑으로 떨어뜨리면서 푸석푸석한 산의 경사면을 보호하는 게 주임무 같았다.
등정기 1 (8/15/12) 등정기 2 (8/16/12)
40도에 가까운 뙤약볕을 몇 시간 온몸으로 맞으니 숨이 차고 목이 타오르는데, 이 배수관 근처에만 작은 풀이 자라고 있어 단박에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물기가 흐르고 모이는 데라서 풀이 자랄만한 여건이 되는 것 같은데, 비가 올 때도 있지만 흙먼지 풀풀 날리는 바짝 마른 바위산 황적색 암벽들 사이에서 연두와 초록색 풀잎을 보게될 줄은 몰랐다.
작은 풀잎들은 배수관 옆에도 조금, 그리고 배수관 안팎의 바위틈에도 조금씩 그 존재를 과시했는데, 악조건 아래서도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도 경이로웠지만, 그날 오후 우리가 만났던 짧지만 대단했던 비바람에도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건 더 신기했다. 사실 이름과는 달리 힘들게 올라간 정상에는 천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어쩌면 이 풀잎들이 이 산의 천사들(Angels)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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