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8 - 기다림
Posted 2012. 9. 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
라스베가스 사진을 정리하다가 기다림이란 주제로 묶어볼만한 것들을 골라봤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거리 이정표는 기다림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이다. 누군가 찾아주길 기다릴 뿐만 아니라 때론 그 밑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있다. 이정표가 보기 좋고 정확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줄일 수 있다. 라스베가스의 이정표는 신흥 도시의 도회적 이미지에 걸맞게 눈에 잘 띄는 폰트를 사용해 한 눈에 사방을 조망하게 해 준다.
거리 신호등도 컬러 신호가 바뀌기까지 기다리는 훈련을 하게 한다. 다운타운에서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신호등은 한 술 더 떠서 한 선(Lane)씩 돌아가며 녹색등을 켜서 일시에 너무 많은 차들이 한데 몰리지 않도록 조정해 주었다. 얼핏 생각하기엔 이럴 필요 없이 우리나라처럼 한꺼번에 진입하게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보이지만, 이렇게 순번제로 차례차례 들어가게 하는 게 서로 엉기지 않아 더 효율적일지 모르겠다.
뭐니뭐니 해도 기다림의 대명사는 손님을 태우려 대기하는 택시들일 것이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초행길의 라스베가스는 어쩔 수 없이 택시에 의존하게 되는데, 대부분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택시들은 줄도 길었지만 순서가 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라스베가스 택시는 몸체는 물론 내부, 머리 위도 온통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기다리는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라스베가스의 유명한 부페 식당들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히는 벨라지오 호텔의 저녁 부페는 순서가 오기까지 거의 한 시간은 줄을 서 있어야 했다.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은 전혀 지루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다리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잠시 후에 그 보상을 톡톡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닝 커피는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고,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그 중에서도 별다방은 참새 방앗간이 됐다. 아침 일찍 라스베가스 스트립 거리를 둘러보다가 어느 호텔 로비를 통과하게 됐는데, 카지노장 옆에 문을 연 별다방에 열 명이 넘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문을 파는 가판대는 아닌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수상한 전시대 속의 수많은 화려한 찌라시들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정적인 포즈에다가 공짜(Free)라는 좀 더 매혹적인 문구가 꽤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것 같았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에는 이 모든 것들이 쨉이 안 되는 기다림의 절대 강자가 있었다. 하나만 터지면 대박의 꿈이 현실이 되는 카지노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 남자가 아침부터 화면을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이는 그 기약없는 한 방을 위해 밤을 꼬박 새우고도 모자라 이 아침까지 앉아있는지도 모르겠다. 행운을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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