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츄라스코 브라질리아
Posted 2012. 10.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직원 하나가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 이번 달까지 일하고 그만두게 됐다. 인천 서구에서 두 시간 조금 더 걸리니 그 고충이 컸던 모양이다. 매달 디자인 하느라고 야근도 많이 하고, 큐티진만 아니라 단행본에 교재류까지 고생했는데, 3년을 조금 못 채우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분당 율동공원에 있는 브라질리아에서 송별회를 가졌다. 간판이 조금 정신 없을 정도로 난립해 있다.
강남에도 있고 삼성역에도 있는 이 집은 포르투갈어 -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쓴다 - 로 숯불바베큐를 뜻하는 츄라스코(churasco) 전문점인데, 브라질식 바베큐집이라 보면 되겠다. 등심, 삼겹살, 닭다리, 양갈비 등 고기류와 새우와 고구마, 파인애플까지 브라질 요리사가 한 번에 한 종류씩 잘 구어진 고기들을 큰 꼬치에 걸어 테이블을 돌면서 원하는 고객들에게 한 조각씩 썰어주는 시스템이 특이하다. 그만 먹고 싶을 때까지 무한 리필된다.
테이블에 앉으면 미리 깔려 있는 종이에 인쇄된 5개의 브라질 키워드가 재밌는데, 이 식당 음식과 관계는 없지만 기왕에 브라질 음식을 표방하는 집에 왔으니 상식적으로 알아둬도 좋을 것 같다. 축구, 예수상, 문장, 커피, 삼바 카니발인데, 그럴듯 했다. 몰랐는데, 2014년엔 월드컵이 열리고, 2016년엔 올림픽도 열린다니 한동안 브라질 열풍이 불어오겠다.
테이블엔 양파와 토마토를 잘게 썰어 무친 브라질식 김치 격인 미나그래찌, 바베큐 쏘스와 핫소스가 미리 놓여 있어 원하는 대로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된다. 모래시계 모양의 초록과 빨간 나무 기둥은 용도가 따로 있는데, 사진처럼 초록색이 위로 가 있으면 고기를 계속 먹을 테니 더 갖다 달라는 뜻이고, 뒤집어서 빨간 색을 위로 놓으면 고기는 이제 그만이란 표시다.
저녁은 2만5천원(부가세 별도) 짜리부터 5천원씩 올라가는 세 코스가 있는데, 우린 여성들이 많은 관계로 11가지가 나오는 기본 세트를 시켰다. 이 가격엔 샐러드바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연어와 초밥류, 몇 가지 중국요리, 과일 등 그런대로 가짓수와 맛이 무난한데, 이 집의 메인은 바베큐니까 너무 갖다 먹으면 고기를 먹다 말 수도 있다.^^
고기 크기는 두세 개로 잘라 먹을 수 있는 한 조각이라 표현하면 좋은데,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세 조각씩 달라고 해도 된다. 10여 가지를 한 번씩 맛본 다음에 더 먹고 싶은 고기 순서가 올 때 더 달라면 되는데, 10여 가지가 한 바퀴 돌면 웬만한 대식가들 아니고선 별로 리필할 엄두를 못내는 것 같다. 대식가는 아니지만, 고기 잘 먹는 나도 한 바퀴 정도면 더 달랄 생각이 안 들었으니까.
이 집 고기들 가운데 구미가 당겼던 건 양갈비였다. 조금 질기고 작긴 했어도 간만에 양갈비 뜯는 재미와 맛이 있었다. 소나 돼지, 닭은 이래저래 먹을 일이 많고 흔하지만, 아직 양갈비는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으면 쉽게 먹게 되지 않는데, 요거 하나만으로도 저녁값은 됐던 것 같다. 로즈마리가 특히 좋아하는데, 한 번 데리고 와야겠다.
껍질째 구워 나오는 고구마는 속이 노릇노릇 잘 익었고, 제일 특이했던 건 파인애플을 통째로 구워 와 길게 잘라주는 건데, 시나몬 가루를 묻혀 색다른 맛을 냈다. 파인애플만 두 조각 더 받아 먹었다. 커피메이커도 있어 진한 맛과 연한 맛을 한 잔씩 누르고 받아온 다음에 한데 섞어서 마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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