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에 오르다
Posted 2010. 4. 25. 08:36,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토요일 점심 무렵 집을 나서 강동역으로 가서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바꿔 타 수락산역에 내렸다. 7호선이 없었다면
수락산은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는 근교 산을 가 봐야겠다는 작은 목표를
세웠고, 그후 북한산, 도봉산(도봉산역), 예봉산(팔당역), 운길산(운길산역), 청계산(국수역)을 하나씩 오를 수 있었다.
도봉산역 바로 전인 수락산역에 도착하니 1시.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없어 올해 처음으로 속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오길 잘한 것 같다. 수락산에서 처음 눈길을 끈 건 똑같이 생긴 물개 바위.
수락산도 바위가 많다. 한 시간 정도 걸려 껄떡 고개까지 오르니 정상까진 1Km가 채 안 남았는데, 암벽에 만든 길을
세 번 정도 올라야 정상에 접근할 수 있다. 봄이라고 장갑도 두고 왔는데, 맨손으로 바위와 철책을 잡아가면서 올라갈수록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저쪽 암벽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선회 비행을 몇 차례 하는 걸로 봐서 구조 요청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무리했나 보다. 내려올 때 다른 봉우리에서 또 다른 헬리콥터의 구조요원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헬리콥터가
내는 소음도 컸지만 바람에 모자가 벗겨질 지경이어서 고개를 숙이고 꼭 붙잡고 있어야 했다. 뜬금없이 가시떨기나무
앞에서 온몸을 숙여야 했던 모세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오른쪽 봉우리들이 아니라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봉이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까지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오른쪽 봉우리들이 아니라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봉이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까지
오른 후 좀 더 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수락산의 여러 봉우리들은 굳이 정상이 아니라 해도 하나같이 운치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봉우리마다 등반객들이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최소한 두세 봉우리는 오르고 싶게 만들었다.
역에서 출발한 지 1시간 50분 만에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은 637m로 그리 높진 않았지만, 사방으로 확 트여 시원했다.
북한산과 도봉산 능선들이 보이고 또 다른 방향으론 의정부와 남양주의 여러 산들이 파노파마처럼 길게 펼쳐 보인다.
10분 정도 정상의 풍경을 즐긴 후 올라 온 길로 내려올까 하다가 암벽을 몇 개 내려와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수락산의 다른 풍경도 볼 겸 해서 7호선의 종착역인 장암역 방향으로 내려왔다.
이 방향 하산엔 한 시간 걸렸으니, 모두 세 시간에서 세 시간 반이면 갔다올 수 있는 거리였다.
오고 가는 지하철에선 유진 피터슨의 <친구에게>를 읽었다. 산행 만큼이나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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