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물소리길 1코스
Posted 2013. 5.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가까운 양평에 물소리길이 생겼다는 한겨레 기사를 읽고 노동절 쉬는 날에 로즈마리와 길을 나섰다. 제주 올레 팀이 이 길을 조성하는데 참여했다고 해서 대충 만든 건 아니겠거니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표지판이며 리본, 화살표 등을 잘 꾸며놓았다. 4월 말에 1, 2코스를 오픈했는데, 우리가 택한 건 양수역에서 국수역에 이르는 1코스 13.8km.
5월을 여는 날이라 그런지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따로 이름 붙인 길이 아니더라도 어디든지 걷기에 딱 좋은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올레길이 그렇듯이 물소리길도 마을을 끼고 있었는데, 아직 개장한 지 얼마 안 되어선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마을길-산길-자전거길을 두루 다니게 했는데, 심심해질 만 하면 새 길로 이어졌고, 붐비지 않아 좋았다.
산길 초입 오르막엔 등산로마냥 계단을 놓지 않고 짚으로 새끼를 꼬아 만든 가마니를 얹어 놓았는데, 보기도 좋고 특색도 있었다. 걷도록 만든 길이기에 두어 번 나오는 산길도 헉헉거리게 만드는 높이는 아니었고, 산길을 조금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숲의 정취를 맛보도록 만든 적당한 코스였다. 길을 잃지 않도록 리본이 일정 간격으로 달려 있었다.
산길은 새로 조성하지 않고 기존의 등산로와 연결시킨 듯한데, 물소리길을 걷다가 마음이 내키면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국수역에서 올라가는 양평 청계산은 몇 번 가 봤는데, 5백 미터 남짓 하는 부용산은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다음엔 올라가도 좋을 것 같았다.
제주 올레도 그랬지만 물소리길 같은 동네 길이 좋은 점은 걸으면서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꽃과 나무가 잘 어울리는 시골집은 물론이고, 언덕 위 교회당, 동구 밖 느티나무 옆 버스정류장 등 군데군데 걸음을 멈추고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게 만드는 풍경이 살아 있었다. 전신주에 설치한 마을길 표지판과 실용광고 스티커들이 정겹다.
물소리길이란 길 이름에 그대로 드러나듯이, 한강을 끼고 있는 이 길은 다른 길에 비해 산과 강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길이란 매력이 있었다. 양수역에서 출발해 산을 두 번 넘으면 후반부엔 이렇게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아스팔트 마을길과 산길도 걷고, 차도와 자전거길도 걸을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를 누리는 기분이었다. 유일한 아쉬움은 많이 걸어 슬슬 다리가 아파온다는 점.^^
그리고 보너스로 육교 하나와 지금은 자전거길이 된 터널길도 걷게 된다.^^ 두 시간 넘게 걸어 2/3쯤 되는 지점에 신원역이 있어 이쯤에서 지하철 타고 돌아가도 섭섭하지 않겠지만, 크게 바쁘지 않으면 1코스를 완주하는 게 좋은데, 신원역부터는 강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과 만나기 때문이다. 강변 풍경이 끝내준다.
13.8km에 달하는 1코스를 걷는 데는 건강한 속보면 2시간 반 정도, 쉬엄쉬엄 타박타박 걸으면서 신원역 못 미쳐 나오는 역사적인 몽양기념관을 관람하는 것까지 치면 5시간 정도를 예상하면 무리 없을 것 같다. 양수역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두어 군데 조성돼 있어 우리처럼 국수역에서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조성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중간에 몇 군데 안내판이나 리본이 확실치 않아 엉뚱한 데로 갔다가 돌아오는 수고를 하기 쉽고, 주전부리할 수 있는 구멍가게나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안 보여 김밥이나 스낵류를 배낭에 넣어와야 하는 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물소리길이 선사하는 풍요에 비하자면 그 정도 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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