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sii Tokyo 1 - 니혼바시 카네코한노스케 텐동
Posted 2013. 7.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우리 가족이 이번 여행에서 뭘 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뜸들이지 말고 맛집 얘기를 하라고 등을 떠밀고들 있다. 이번 여행의 맛집 담당은 g양. 긴자역과 동경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한 니혼바시에 숙소를 정한 우리는 체크인을 마치고 도쿄에서의 첫 식사를 위해 g의 아이폰이 가리키는 대로 텐동집을 찾아 나섰다. 놀랍게도 호텔에서 1-2분 거리에 있었는데, 얼마나 맛있길래 꼭꼭 숨어 있는지 눈앞에 두고도 골목을 대여섯 바퀴를 뱅뱅 돌다가 겨우 찾아냈다.
텐동(てんどん, 天丼)은 밥 위에 덴뿌라(튀김)를 올린 덮밥으로 카네코는 880엔 짜리 에도마에 텐동 하나만 판다. 식사 시간 때는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는데, 3시쯤에 찾은 우린 운 좋게도 10여 분 있다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9시쯤 호텔에 들어가는 길에 어떤가 해서 쳐다보니 그 시간에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본 맛집들은 주방 옆에 붙은 ㄷ자 형의 다찌에 둘러앉아 먹는 구조로 한꺼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집이 많았다. 이 집은 2층엔 4인용 테이블이 서너 개 있는데도 워낙 텐동 애호가들이 몰려들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밥을 더 담아 주는 곱배기는 100엔 추가이고, 미소된장국도 100엔을 따로 받는다. 그리고 나마비루(생맥주)를 파는데, 밥집에 웬 맥주 했는데, 밥을 먹어 보니 알 것 같았다.
기다리다 자리에 앉으면 검은콩 하나를 띄운 차가 나오면서 주문을 받는다. 우리네 설렁탕집에 있는 파통처럼 두꺼운 나무 뚜겅이 있는 큰 반찬통이 두 개 놓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찬을 따로 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서비스였다. 작은 접시에 먹을 만큼 떠서 먹으면 되는데, 둘 다 강하거나 센 맛은 아니고, 살짝 간이 돼 있는 정도라 많이는 안 먹힌다.
덴뿌라는 한 뼘 크기의 붕장어, 큰 새우 2마리, 오징어에 반숙계란이 밥 위에 얹혀 나온다. 하나 같이 맛있고, 튀김이 살아 있는 게 덴뿌라 장인 솜씨다. 새우와 오징어도 이 집 솜씨를 드러내지만, 역시 압권은 붕장어였다. 맨 아래 길게 깔려 있어 뭔가 했는데, 한 입 베물어 먹었을 때의 그 식감이란! Wow!! 이 집을 반드시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g도 놀라운 맛에 말을 잊고, 네 식구가 잠시 황홀경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맛도 맛이지만, 이 정도 재료를 얹고도 880엔(만 원 정도)밖에 안 받는다는 것도 놀라웠다. 글쎄, 1,500엔이나 2천엔을 받았어도 먹고나서 아깝단 생각이 안 들었을 것 같다. 한 번 더 올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쿄 여행 스타트를 아주 맛있게 끊어주었다. 물론 한국식으로 김치나 약간의 짜고 매운맛 나는 반찬, 하다 못해 노란 단무지라도 곁들여졌다면 금상첨화였겠다 싶었다.^^
덴뿌라 아래에는 살짝 간을 한 곱슬한 밥이 있는데, 아무래도 덴뿌라만 먹고 다른 반찬이 없으니까 약간 입이 심심해서 외국 나와서 밥 먹을 때 생전 튜브 고추장 찾지 않던 나도 다음엔 하나 정도 갖고 와서 비벼 먹으면 끝내주겠단 아쉬움에 살짝 입맛을 다셔봤다. 김을 싸 먹어도 좋았겠고.^^
일본어로 맛있다를 오이시이(おいしい, 美味しい), 대단하다/훌륭하다를 스고이(すご·い)라고 하는데, 둘 다 동시에 불러줘도 아깝지 않은 맛집이었다. 도쿄에 가면 일부러라도 꼭 가서 먹어봐야 할 집이다. 튜브 고추장이나 김 한 봉지와 함께.^^ 긴자선 미쯔꼬시마에 역에서 내려 A1 출구로 나가서 좌회전, 우회전해서 오른쪽 골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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