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도루묵 구이
Posted 2014. 5.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두 주 전에 다녀 온 도봉산 우이암 풍경이 아른거려 아내를 꼬셨다. 미끼는 그럴듯 해야 하니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스런 도루묵 구이, 그것도 알배기라고 하니, 반색을 하며 따라 나선다.^^ 토요일 도봉산역에 도착한 게 12시쯤이니 먹고 올라가도 되지만, 갈 수 있을 만큼 갔다가 하산길에 먹기로 하고 쉬엄쉬엄 올라갔는데, 2시에 결국 다 올라가 멋진 도봉산 줄기를 감상하고 먹자골목에 이르니 4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도봉산 먹자골목은 각종 주전부리에서 식사, 입산, 하산 기념용 주점까지 없는 게 없는데, 3천원 받는 칼국수부터 4천원 받는 선지 해장국에 무한 리필 게장 백반까지 왁지지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두 겹 세 겹으로 쌓아놓아 눈길을 끌고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도루묵 구이도 여러 집에서 하는데, 그 중 한 집에 들어갔다. 어렸을 땐 조림으로 꽤 자주 먹었는데, 언제부턴지 생선 취급을 못 받아선지, 어획량이 줄어선지 먹은 지 한참 됐다.
만 원에 여섯 마리가 나왔으니 세 마리씩 먹으면 된다. 아니, 뜯으면 끝내주겠다.^^ 가장 중요한 알 부위는 눈길을 끌려고 살짝 껍질을 오려 튀어나오게 했는데, 초벌구이를 해놓은 걸 다시 구웠는지 군데군데 탔지만, 먹는 덴 크게 지장 없다. 크기는 전어보다 약간 큰데, 그러니까 먹는 방법도 전어구이 먹듯 대가리를 떼내고 꼬리쪽을 들고 몸통째 아그작 아그작 그냥 씹어 먹으면 된다. 가시째 씹히는데, 아내는 오늘 소원 풀었다.^^
보통 생선 먹듯 젓가락으로 발라먹으려 들면 먹을 것도 별로 없지만 알이 흩어지면서 떨어져 낭패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했는데, 물론 하이라이트는 알배기를 톡톡 깨물면서 씹는 순간이다. 알 터지는 소리는 안 났지만, 씹히는 묘미가 제법이다. 원래는 겨울철에 나는 생선이지만 이 골목에선 365일 아무때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나마비루 하나를 시켜 같이 마셨고, 선지 해장국집에서 2인분을 포장해 와 저녁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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