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표 누룽지 1kg
Posted 2014. 5.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아내가 교회 대학부 동기, 후배 모임에 다녀오더니 커다란 누룽지 한 봉지를 들고 왔다. 작은 종이에 제조일자와 1kg란 용량이 바지런한 싸인펜 글씨로 적혀 있었는데, 아내의 2년 후배, 내겐 3년 후배인 오산 사는 경자가 보낸 거였다. 음식 솜씨가 좋고 손대접을 잘하는 경자는 가끔 우리에게도 작은 선물을 보내오곤 하는데, 2년 전에 우리집에 왔을 땐 파이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대학부 시절부터 서기나 회계를 맡아 살림 솜씨를 보이던 경자는 지금도 그 시절 동문들의 비공식 연락책을 맡아 근황과 경조사 등 소식을 알리고 모임을 꾸리는 잔심부름과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실세 중 실세다. 친하게 지냈던 그 또래 선후배 자매들이 몇 해 전부터 두어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떤다는데, 이것도 경자가 아니었다면 서로 마음들은 있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지만, 남자로 태어났으면 벌써 뭘 해도 했을 것이다.^^
누룽지 때깔이 서로 다른 걸 보니 흰쌀밥만 아니라, 현미나 잡곡을 섞어 여러 번 수고해 만들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밥솥을 박박 긁어 모으고 말려 일일이 재서 포장했을 게 뻔한데, 모르긴 해도 만든 김에 우리집만 아니라 몇 집에 보냈을 것이다. 저녁 때 TV 보면서 우두두둑 씹어 먹어도 되겠지만, 조금 단단해 물만 넣고 끓여 먹으면 좋을 것 같고, 해물 누룽지탕을 해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어제 주일 아침식사로 먹어봤는데, 10분쯤 끓였다는데 기대했던 대로 구수한 게 맛이 좋았다. 워낙 두껍고 바싹 잘 말린 탓에 그 정도 끓였는데도 조금 씹히는 것들이 남아 있었지만, 먹기도 편하고 건강식으로 딱이었다. 옛날엔 어른들만 드셨고, 줘도 안 먹던 누룬탕이 이젠 입맛이 당기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누룽지 1kg는 적은 양이 아니어서 한동안 해 먹을 수 있다는데, 경자야! 심심할 때 다시 만들어 또 보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