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롬바드 거리
Posted 2014. 9.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
TV 여행 프로 첫 머리에 나오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 마크 중 하나는 롬바드 거리(Lombard Street)다. 샌프란이나 근처에 사는 이들은 거기 말고도 유명한 금문교 아니면 파머스 마켓 등 더 좋은 데가 많이 있는데 하겠지만, 초행길의 나같은 외지 사람들에게 샌프란에 간다면 가야 할 곳 가운데 하나도 롬바드 거리였다.
여덟 번 꺾어지는 구불구불, 아니 꼬불꼬불 지그재그 길은 경사가 27도이며, 차도 길이만 4백 미터 정도 되는데, 양옆으로 서 있는 주택들과 꽃이 있는 풍경은 가서 그냥 서 있어보고 걸어보고 싶은 일종의 작은 로망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올여름 7월 첫째 토요일 오전에 그 거리에 서 봤고, 걸었다.
S자 웨이브를 계속 그리며 내려오는 길은 멋진 화단을 따라 앞차 뒷꽁지를 천천히 따라가는 차들의 행렬로 빈 틈이 별로 안 보었고,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양쪽으로 난 250개 정도의 계단길을 오르내리면서 거리와 주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5마일 제한속도를 지키며 천천히 커브를 도는 것도 재밌겠지만, 인도를 오르내리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S자 커브 도로를 따라 나 있는 화단에 핀 꽃들도 예뻤지만, 이 길 양편에 서 있는 집들도 이 거리의 유명세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다. 삼사층으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주택들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가에서 소박한 개성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과 차량 행렬로 조금 시끄럽긴 하겠지만, 그 또한 즐기면 될 터였다.
차만 다니는 길에 날렵해 보이는 소녀가 차가 뜸한 틈을 봐서 잠시 뛰어들더니 이내 몸을 뒤집어 텀블링을 했고, 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그 장면을 카메라로 잡았다. 가만 보니 이 길에선 이런 깜짝 퍼포먼스 헤 보는 것도 색다른 즐길거리인 것 같았다. 워낙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라 내가 디카를 들이댔을 땐 한 바퀴 돌고 다시 인도로 나오는 장면만 잡혔다. 한 번 더 해 주면 좋았을 텐데, 내려오는 차를 의식해서인지 더 이상의 공연은 없었다.^^
위에서 아래로 보통 빠르기로 걸어 내려오면 몇 분이면 충분했을 이 거리를 길 구경, 차 구경, 건물 구경, 사람 구경 하느라 30분은 걸린 것 같다. 내려온 길을 올려다 보니 구비구비 난 길을 따라 꽃과 차들이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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