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Posted 2015. 1.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요긴하던 것들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점점 사라지거나 잊혀지거나 존재감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공중전화도 그 중 하나이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그것도 작고 깜찍한 개인용 전화기를 들고 다니면서 이용하는 시대가
오리란 걸 꿈에도 생각 못했던 시기에 거리나 공원의 공중전화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구세주와 방불했다.
한두 대밖에 없어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풍경, 밤길에 조금 늦게 들어간다는
연락용으로, 무엇보다도 연인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호출용으로, 시간이 남아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 없는 인사를 나누는 데도 공중전화만한 게
없었다. 물론 지금은 이 모든 걸 다 대체할 뿐더러 훨씬 고급 정보와 기능, 오락을 갖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시대가 됐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그래도 가끔 공원 어느 구석이나 아파트단지 출입구
옆에 말없이 얌전하게 서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요 몇 주 회의 때문에 드나들고 있는
온누리교회 카페 한 켠에도 모양이 다른 공중전화 두 대가 서 있었다. 아마 이용자들은
거의 없을 텐데, 그래도 혹시 모를 누군가의 필요를 위해 두 대를 나란히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요즘 공중전화 요금이 백 원인지 오십 원인지, 동전을 갖고 다니지 않아 신용카드로
걸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고, T 머니란 교통카드로 쓸 수 있는 모양이구나 하면서도 막상
그 앞에 서면 잠시 어떻게 사용하는지 낯설고 어색할 것 같다. 그래도 한쪽 구석에
오픈돼 있긴 해도 두 대나 남아 있다는 게 어떤 안위감과 반가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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