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잉 과유불급
Posted 2015. 3. 1.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주일 오후 2시 예배에 갔다 오면 4시 반이 조금 넘는데, 설교가 길어지거나 해서 예배가 조금 늦게 끝나면 4시 50분부터 하는 K팝 스타 본방 시청이 간당간당할 때가 있다. 강의라도 있는 날엔 아쉽지만 건너뛰어야 하는데, 좌우당간 치열한 접전 끝에 지난주로 Top 10이 가려졌다. 물론 응원하는 팀은 안떼나 기획 선수들이다.^^
Top 10에 오른 면면을 보면 다들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인데, 예선 때 선전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던 소울 풍의 케이티와 에스더 양김은 약속이나 한듯 마지막 관문에서 지나치게 감정을 억지로 짜내는 듯해 보여 안스러웠다. 유희열의 심사평대로 관객들은 아직 감동이 안돼 울 준비가 안돼 있는데, 배우가 먼저 울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냥 힘 빼고 자기가 잘하는 걸 대차게 불러대면 좋았을 텐데, 찜찜한 여운을 남겼다.
감정과잉은 교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지난 한 달 간 매주 누가복음 5장 같은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한 존 김 - 여기도 김씨네^^ - 은 잘하다가 마지막에 대미(大尾)를 장식하지 못했다. 그 전 석 주 간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였는데, 마지막에 그만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오버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매월 마지막주 예배에선 앞부분에 찬양을 몇 곡 더 부르는데, 설교 전부터 찬양팀과 함께 무대에 올라 혼자 손 들고 찬양하는 게 조금 어색해 보였다. 글쎄, 그렇게 찬양하는 걸 선호하는 예수전도단 느낌은 알겠고, 예배의 영성이 보완되길 바라는 열정도 알겠는데, 대체로 이런 걸 별로 안 따라 하는 분위기인지라 조금 뻘쭘해 보였다.
원래 이런 손들 찬양 대신 안들 찬양(내가 만든 용어다^^)에 익숙한 나라도 손을 들어 주었어야 했나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감정이 동하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나부터 벌떡 일어서서 할 수 있겠지만, 예열이 덜 된 상태 아니었나 싶다. 앞부분부터 설교자가 나와서 함께 부르다 보면 메시지에 다소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 전 석 주에 비해 견고한 느낌을 못 받았다.
뭐 가요나 팝송을 부를 때 정도의 감정과잉은 아니었고, 충분히 시도해 볼만했다고 여겨지면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올랐다. 가끔 설교자들이 뻔한 논리와 결론으로 감정을 조장하는 듯한(manipulating) 제스처와 레토릭, 콘텐츠를 구사하는데, 공감이 안 되면 느낌도 안 오거니와 조금 불편해진다. 설교란 게 하기도 어렵지만, 듣기도 만만찮게 어렵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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