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설교가들
Posted 2015. 2. 1.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안식년 중인 담임목사 덕(?)에 몇 달 간 다양한 메신저들의 설교를 앉은자리에서
듣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지난 1월엔 교회의 젊은 목회자 둘이 번갈아 가며 빌립보서
넉 장을 한 장씩 다뤘는데, 30대 후반 유망주들의 싱싱한 설교를 듣고 있자니 내용과
스타일을 떠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줄곧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목회하는
교회를 다녔다. 내 나이와 목회자들의 나이는 거의 반비례했다. 그러니까 내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엔 할아버지나 아버지 격의, 삼사십대는 삼촌이나 형님 격인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다가 오십대에 이르러선 친구 또는 동생뻘 되는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고 있고, 앞으로 육칠십대가 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나이와 경륜에서 한 수 먹고 들어가는 윗세대들에 비해 이런 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년배 또는 아랫세대들의 설교를 점점 더 들어야 하는 운명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뭐든 새로워 하며, 때론 설교자와 함께 달리며 스펀지처럼 흡수하던 순발력과 열정, 상상력은
점점 떨어져 가면서 옛날엔 안 그랬는디 하면서 사사건건 까다로운 입맛 타령으로 괜한
점수나 매기며 세월을 보낼 순 없을 테고, 그래봤자 결국 나만 손해일 터이다.
둘 다 그런대로 들을만 했다. 나이가 어리다 뿐이지 말쟁이에다 기본기가 좋아
대체로 무난한 설교를 들려주었다. 물론 중간중간 나이와 경험 부족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미숙한 구석들도 보이고, 부단한 독서와 깊은 성찰로 자신과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좀 더 길러야 할 대목들도 눈에 띄었다. 스타일이 달라 우열을 가리는 게 별 의미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3장 설교가 가장 충실했던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어찌 보면 청중들이야 앉아서 머리를 굴리면 되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시간이지만, 젊은 설교가들로선 자신들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두루 커버해야 하는 고충이 만만치 않을 것 같긴 하다. 커리어가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해소돼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좋은 설교가들로 자라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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