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린다
Posted 2015. 5.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5월 신록이 눈부시다. 산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이제 산 전체가 초록으로
완전히 옷을 갈아 입은 게 첫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산길 중간중간 아직은 봄꽃들이
한창이어서 이래저래 눈이 즐겁다. 강렬한 색을 자랑하는 진분홍 철쭉은 초록색
숲과 멋진 대비를 이룬다.
계원대 뒷동산에선 둘만 있으면 조금 심심하지 않느냐며 단풍나무가 말을 걸어
온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 진가를 발휘하지만, 파스텔 톤으로 은은한 요즘 색도
고왔다. 자기 계절이 아님을 아는지 화려한 사람들의 시선을 차지하는 영광은 제 철꽃
철쭉에 양보하고 뒤로 살짝 물러서서 선선히 배경이 되어 주었다.
단풍은 가을철에만 빛이 나고 다른 계절엔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릴 뿐 아무런
시선도 못 받으면서 존재감 없이 초라할 줄 알았는데, 제 철이 아닌 봄철에 오히려 더
빛나 보였다. 삶의 역설이랄까 상당한 저력이 느껴졌다. 정오의 햇빛을 받은 단풍나무는
옆으로 누운 큰 바위와 함께 그 자체로 오롯했다.
이번엔 단풍나무를 주인공으로 반대쪽에서 철쭉이 배경이 되는 장면을 연출해 봤다.
오매~ 이것도 나쁘지 않네. 철쭉과 단풍나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었다. 키도 색깔도 전성기도 다르지만 둘이, 아니 신록을 배경으로 셋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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