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행8 - 문패
Posted 2015. 11.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군산 골목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예쁜 간판들에 빠져 있는데 주택가가 이어지면서 문득 어느 집 문패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 사이로 흰색 대리석에 까만 색으로 음각(陰刻)해 놓았는데, 호쾌한 느낌을 주는 함자(
이 분은 영어 이름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써던 드래곤(Southern Dragon)을 그 어떤 영어 이름이 대신할 수 있겠는가.^^ 연세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 이름 스타일은 아니고, 가운데 자나 마지막 자 모두 예전에 많이 쓰던 이름 자들인 걸로 봐서 이름에서 느껴지는 가오대로 기골이 장대하고 성품도 호방한 분일 것 같다.
예전엔 거의 모든 집이 달고 있던 문패는 서울과 근교에 아파트가 주택을 대체하게 되면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지방 중소 도시에도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해지고, 아파트 사촌 격인 다세대 주택, 빌라들이 늘어나면서 시골과 일부 단독 주택 아니고선 쉽게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주택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생활 스타일의 변화로 대문 옆에 달던 문패는 이렇게 골목이 남아 있는 오래 된 동네에나 남아 있는 정도가 됐다.
문패는 아니지만, 하얀 타일로 만든 어느 갤러리 담벽엔 길냥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안내판이 낮은 눈높이로 붙어 있었다. 설마 당사자인 길고양이들이 이 간판을 보고 몰려들 리는 없을 테고^^, 이런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고 고양이 먹이를 갖다 놓는 곳인 것 같았다. 가로로 쓴 예쁜 컬러 손글씨며 앙증맞은 고양이 발자국들이 웨이브가 있는 급식용 대리석 테이블과 썩 잘 어울렸다. 군산, 사람도 살고 있고, 고양이도 사는 재밌는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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