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려 보였다
Posted 2016. 3.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금요일 점심시간에 사인암을 올라가는데, 배낭 대신 허리에 간단한 쌕 두어 개를 찬 이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런 차림은 흔하지 않아 슬쩍 바라보게 만들었다. 양손에 폴대를 잡고
위 아래 옷도 아주 튀진 않았지만 잘 알려진 브랜드였는데, 잘 어울려 보였다. 멋쟁이까진
아니어도 짧은 트레킹을 하더라도 제대로 갖춰 입고 즐기는 것 같았다.
걸음은 느린 편이어서 금세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나보다 몇 살은 더 먹어보였다. 먼저
올라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딴청하는 척하면서 앞차림새까지 찍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괜히 방해가 될 것 같고, 굳이 그럴 필요까진 못 느껴 지나치면서 힐끔 쳐다만 보고
내 걸음에 집중했다.
산에서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체형이 좋고 적당히 잘 꾸며 입은 이들을 보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일단 보기가 좋은 게 사실이다. 크게 꾸미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자연미를
보일 수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등산과 산책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아웃도어
웨어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실용성을 넘어 옷태를 중시해 조금 튀는
컬러와 디자인이 유행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상대적으로 너무 꾸미지 않고 나 편한 대로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아야 하는데 하는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슬그머니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 보러 산에 가는 것도 아니고, 보여주러 가는 건 더더욱 아닌데도 공연히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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