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판 두 개
Posted 2017. 4.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매년 이맘때면 모락산 사인암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에 있는 텃밭에 경고 게시판이 세워진다.
주말농장 텃밭 이십 개 정도의 고랑을 일구는 걸 봐서 땅주인이 소일거리로 짓나 보다 했는데,
실제로는 개발이 제한된 시유지인 모양이다. 임야를 가꿔 농작물을 심으면 현행법에 저촉된다면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재밌는 건 그래도 몇 년째 텃밭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봐선, 이런 경고판이 세워지면 농사가 중단되거나 지자체에서 울타리 등을 쳐서
출입을 막는 등의 조치가 뒤따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무일 없다는 듯 농사는 계속되고, 농작물들은
잘 자라 때 되면 상추, 깻잎, 고추, 무, 배추 등 소출을 내고 있다. 이런 경고문을 내걸긴 해도 막상 강제로
못 하게 하는 건 무리라 여겨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게 아닌가 싶어 보인다. 사고 파는 영농행위만
금지하고 자기가 먹을 정도의 농사는 허용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다.
시에서 내건 컬러풀한 경고판 옆에 텃밭을 일구는 이가 손으로 쓰고 비닐을 덮어 날아가지 않도록
돌과 나뭇가지로 엮어 놓은 소박한 호소문도 보인다. 재배자 입장에서 농작물 보호를 위해 그저 함부로
밭에 들어가 밟지 말아 달라는 애절한 호소이다. 어찌 됐든 제삼자인 내 입장에선 쑥쑥 잘 자라 여길
지나갈 때마다 눈이 즐겁고, 종종 블로그 거리를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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