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Posted 2020. 2.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을 오르다 보면 갈림길이 여러 번 나온다. 산이란 게 정상은 하나지만, 그리로 가는 길은 여럿이 있게 마련인지라 저절로 만나는 현상이다. 능선 같은 데서 만나는 갈림길에선 이정표로 방향과 거리를 표시하기도 하고,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엇비슷해 보이는 길도 많이 볼 수 있고, 계단 등으로 닦아 놓은 등산로와 아는 사람만 아는 샛길도 있지만, 때로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순간 판단이 잘 안 서는 길도 종종 만나게 된다.
백운봉 갈림길 (2/11/14) 예봉산 갈림길 (5/17/11)
갈림길을 만나면 좌우당간 선택해야 한다. 문자 그대로 선택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된다. 아는 길이 아닌 이상 선택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동네산은 익숙한 데가 많아 크게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보이는 감에 의존하다 보니 어떤 땐 장고(長考) 끝에 길게 돌아가거나 험한 길을 만나는 악수를 둘 때도 있다. 이게 꼭 나쁜 건만은 아니어서, 이런 시행착오라는 수업료를 내면서 점점 경험이 쌓이고 근력이 붙기 때문이다.
검단산 유길준 묘역-너덜 구간-전망대 코스를 지나 1km 남은 정상 가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평탄하고 순적한데, 끝부분에 두 번 갈림길 계단을 만난다. 둘 다 원래 있던 오른쪽으로 가도 되고, 나중에 만든 듯한 왼쪽으로 가도 그리 도는 건 아니어서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접어든다. 이런 갈림길들만이라면 등산이나 인생이나 식은 죽 먹기겠지만, 실전은 언제 어디서 예상 못했던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시도하게 만든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 주제에 대해 읽을만한 책: John Ortberg의 『선택 훈련』 (11/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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