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조금씩 꾸준히
Posted 2020. 6.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몇 주 전부터 검단산에 접어들자마자 지지대를 세워둔 새로 심은 어린 나무들이 보였다. 등산로 초입의 넓은 공터에 얼추 2, 30 그루쯤 됐는데, 지난주에 갔을 땐 안 보이던 물포대를 하나씩 차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점적수(點滴水) 팩이었다. 산길에선 처음 보는 물건인데, 무슨 나무인지는 몰라도 한꺼번에 물을 주지 않고 땅 아래로 연결된 링겔 호스 같은 걸로 똑똑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키워야 하는 모양이다.
1초에 두 방울 또는 한 방울씩, 혹은 2초에 1방울씩 떨어뜨릴 수도 있도록 조절이 가능했는데, 드립 양에 따라 한 포대가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물뿌리개로 한꺼번에 주지 않고 이렇게 서서히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주입시키는 걸로 봐서 단순한 물이 아닌 영양제 성분이 들어간 물일 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다른 나무들에 비해 꽤 정성스럽게 가꾼다는 인상을 받았다. 보통은 심고 물 한 번 주고 마는데, 아마 초기에 이렇게 해 주어야 건강하게 자라가는 모양이다.
보통 야외 산에 심기는 나무들은 심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저 내리는 빗물에 생존을 의지한다. 나무들은 너무 가물지 않고 적당하게 비가 내리길 바랄 텐데, 자연이란 게 들쑥날쑥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니 그저 버티고 견디면서 기다리는 게 식물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기르는 화초들도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물을 주면 뿌리가 썩으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적수 기능을 알아두고 적절히 활용하면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꽤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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