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lan의 먹구름과 파도
Posted 2022. 12.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뉴코가 열리는 와이카토 대학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린 데는 라글란(Raglan) 해안이었다. 해밀턴 서쪽 바닷가이니 태평양이 아닌 타즈매니아 파도가 밀려오는 게 서핑하기 좋고 풍광이 뛰어나 시즌이면 찾는이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날이 궂고 바람이 몰아치는 악조건(?)에 6시가 넘었는데도 십여 명의 서퍼들이 파도 위에서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식당들은 거의 문을 닫아서 전망 좋은 벤치를 찾아 피시 앤 칩스를 먹는데, 바다 저편으로부터 먹구름이 일어나더니만 순식간에 비바람을 뿌려댔다. 어어 하는 사이에 밝았던 하늘 한쪽이 땅을 집어삼키기라도 할듯이 시커매지는 게 뉴질랜드의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바람이 무척 세게 부는 해안이었는데, 바다에 익숙하지 않고, 저 넓고 광활한 바다를 헤치고 나가며 진출하고픈 기상이 애시당초 내게는 없는지라 그저 압도해 오는 경이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우리네 바다와는 다른 풍경인지라 한참을 바라봤다.
이곳도 원주민이었던 마오리들의 땅이었던지라, 마오리 상징들이 곳곳에 보였다. 동서남북 4방에 서로 다른 모양의 바위 조각들이 세워 있었는데, 바람, 불 등 각각 상징하는 자연이 있다. 우리네 사찰의 4대천왕처럼 터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도 보였다.
벤치 하나만 봐도 이들의 예술적 감각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투박해 보이지만, 반듯이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얼굴과 글자가 새겨진 게 누군가를 기억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직각으로 놓여 앉기에 그리 편하진 않겠지만, 바다를 조망하기엔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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