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하고 먹먹한 시
Posted 2024. 7.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지하철 플랫폼 스크린 도어엔 싯구들이 인쇄돼 있어 열차가 도착하기까지 짜투리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문 시인들의 시와 시민 공모작을 적절히 배열해 놓았는데, 짧은 시간에 감상하기 좋은 시들(7/19/23)이 역마다 군데군데 많이 보인다.
9호선 송파나루역에서 두 정류장 거리에 5호선으로 갈아타는 올림픽공원역이 있는데, 열차 진행방향 뒷쪽에, 그러니까 중국팬들이 아이돌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을 사이에 두고 자주 마주치는 시가 있다. 짧은 시의 내용이 조금 애틋해 일부러 외면하곤 하는데, 참 인간적인 시인지라 어쩔 수 없이 또 보게 된다.
인간의 숙명이랄 수 있는 생로병사, 그 중에서도 나이듦과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짧지만 엣지가 있는 시인데, 구슬프기도 하고 처연하면서도 공감이 된다. 사람이 자라다가 어느 시점부턴 옷이 자라 몸을 숨게 하는 게 인생이라니, 먹먹해지게 만드는 시인의 통찰력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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