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작품
Posted 2024. 11.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누이집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작품들을 몇 점 볼 수 있었다. 백형(伯兄)은 상대에 다니다 동양화에 빠져 심산 노수현 선생 문하에 들어가더니, 몇 년 뒤엔 서예로 전환해 일중 김충현 선생의 제자가 되었다. 국전에서 특선도 몇 번 하고 서실도 열면서 서예가의 길을 업으로 삼았지만, 스승처럼 일가를 이루진 못하고 환갑을 못 넘기고 이십여 년 전에 돌아가셨다.
누이는 미국 갈 때, 그리고 한국에 올 때 형님의 작품을 몇 점 가져가 간직한 모양인데, 오랜만에 누이집을 방문해 볼 수 있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 <난초>를 한글 예서체로 써 내려간 두 폭 키 작은 병풍이 반가웠고, 제법 큰 합죽선에 궁서체로 쓴 작품도 펼쳐 벽에 걸어놓으니 볼만 했다.
요즘은 서예 작품을 걸어 놓는 집이 별로 없지만, 나도 언젠가 이해인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맨 앞에 실린 <바다여 당신은>(9/16/13)을 써 달래서 한동안 거실에 걸어두었다가 간직하고 있다. 좀 더 사셨으면, 조카들이 장가 가는 것도 보고 손주도 안고 좋아하셨을 텐데, 누가 예술가 아니랄까봐 일찍 가시고 작품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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