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를 못 볼뻔 했는데
Posted 2024. 4.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지난 20여년간 매년 내게 봄이 왔다고 알리는 전령사는 진달래였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사무실과 집앞에 있는 산길을 걷다 보면 3월말에서 4월초에 어김없이 연분홍 진달래가 맞아주곤 했다. 올해는 미세먼지가 심하고 날씨가 변동이 심해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하도록 차일피일 산에 오르는 걸 미루고 있다가 진달래철을 지나고 말았다.
치열했던 총선 기간과 개표까지 마치고 어제 오후에야 비로소 동네산 객산(292m)을 찾았다. 마루공원에 주차하고 정상까지 아카시, 후박나무, 소나무, 상수리 등을 살피며 2km 정도 완만한 산길을 걷는데, 역시 진달래는 다 지고 초록잎이 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주변을 살피며 올라갔는데, 군데군데 마지막 진달래들이 남아 있었다.
대부분 얼마 안 있으면 떨어질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이 없었지만, 개중에 몇몇은 막 정점을 지나 아직 꽃기운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쉽게 영접할 수 있었건만, 그리도 게으름을 피웠다니 자책이 몰려왔다. 진달래쯤 안 보고 지나간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겠냐만, 하마터면 20년 넘는 루틴 중 하나를 허망하게 날릴 뻔 했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단산 숲속 연등 (0) | 2024.05.11 |
---|---|
흐린날도 좋은 검단산 (2) | 2024.04.27 |
아웃도어 매장 (1) | 2024.02.19 |
제멋대로 휘어진 나무들 (0) | 2024.02.18 |
올겨울 마지막 눈 구경 (0) | 2024.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