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나들이
Posted 2012. 3.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지지난 주일부터 5주간 주일오후에 특별한 짬이 생겼다. 사연인즉슨, 찬양대가 없는 우리교회가 부활절을 앞두고 콰이어를 모집해 평소 하고 싶었던 로즈마리가 점심 먹고 두 시간씩 합창 연습을 하게 돼 내 시간이 남게 된 것이다. 혼자 먼저 와 산에 갈 수도 있지만,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오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서 기사, 대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지난주엔 고대 캠퍼스 투어를, 그리고 지난주엔 광장시장 나들이를 했다. 교회가 있는 신설동 대광고등학교에서 동묘-동대문-종로6가를 거쳐 5가에 있는 시장까진 사람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서 30분이 걸렸다. 광장시장은 사방에 출입구가 있는 꽤 큰 시장이었다.
원래 이 시장의 전공과목은 한복을 비롯한 포목점들이었으나, 지금은 사대문 안의 먹자골목시장으로 더 유명해졌다. 일본과 중국 관광안내책자에 난 소개를 보고 찾는 외국인들도 꽤 된다고 한다. 한복가게들은 골목 하나를 따로 이루고 있었는데, 공휴일이라 대부분 문을 닫고, 음식가게들만 장터의 흥을 내고 있었다. 번듯한 점포식당들도 있고, 한때는 리어카를 끌고 다녔을 것 같은 좌판 자리에도 맛집들이 늘어섰다.
거의 비슷한 구성의 메뉴를 내는데 어떤 집은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이고, 이상하게 파리 날리는 집도 있다. 미세한 맛 차이도 있겠지만, 웬지 끌리는 분위기도 한몫 하는 것 같았다, 등산객부터 시작해서 나처럼 산책이나 마실 나온 이들, 시장에 물건 사러 왔다가 들린 이 등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맛과 값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비빔밥, 아바이 순대, 수수 부꾸미, 칼국수, 모듬 회, 마약김밥, 잡채, 동태탕, 육회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다 먹고 싶은 것들이다.^^ 특히 이 시장의 마약김밥은 입소문이 대단하다. 방금 점심으로 육계장을 먹고 온 오늘 내 미션은 그냥 구경하는 거였기 때문에 군침은 돌았지만, 눈으로만 흡입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왁자지껄 시끌벅쩍 분위기다. 다양한 먹을거리들 가운데서도 시장 맛집의 대표 선수는 단연 빈대떡이었다. 손으로 돌릴 틈도 아까운지 자동 맷돌 위로 녹두가 갈리고, 숙주 등을 넣어 섞은 반죽이 큰 바구니에 준비돼 있다.
재밌는 건, 반죽을 불판에 푸는 바가자는 파란색이고, 철판에 쉴새 없이 뿌려대는 기름 바가지는 빨간색이라는 것. 이곳에선 바가지 컬러도 역할 분담이 확실했다. 빈대떡이 기름을 많이 먹는다더니, 잠시 서서 지켜보노라니 기름을 치는 걸 넘어 아예 부어대다시피 했다. 그럴수록 노릇노릇해지고, 초벌구이가 끝난 4천원짜리 빈대떡들은 한쪽 구석에 산처럼 쌓여 갔다. 저게 언제 팔리나, 하는 염려는 적어도 여기선 문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간이횟집들 사이로 동태알탕을 파는 집이 매운탕 냄비에 재료를 가득 얹어 견물생심을 불러일으키는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야채와 내장에 듬뿍 얹어 놓은 알꾸러미와 색으로 미감을 더하는 빨간 고추까지 저기선 누구나 한 냄비 시켜 먹고 싶어진다. 아쉽게도 동행이 없었다.
시장 한 구석에선 각종 견과류를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TV 보거나 책 읽을 때 얼마나 좋은 친구들인가. 중국제가 많겠지만, 군침돌게 만든다. 하도 많아 어느 게 맛있는지 몰라 안 샀는데, 한 웅큼씩 집게 해 여러 가지를 담아 팔면 500그램 정도 사 오고 싶었다. 포목점들을 위시해 많은 가게들이 휴일이라 문을 닫았는데, 평일 저녁 나절 와 보면 좀 더 리얼한 시장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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