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6 - 너무 비싼 비빔밥
Posted 2011. 9. 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8월 전주여행에서 사실 가장 기대했던 음식은 콩나물국밥이 아닌 비빔밥이었다. 전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지만, 지대루 된 전주비빔밥을 못 먹어봐서 충주에서 점심을 거르고 4시 넘어 도착한 이유도 오로지 오리지날 비빔밥을 먹겠단 일념에서였다. 블로그들마다 설왕설래인 가운데 그래도 다들 몇 손가락에 꼽는 가족회관을 찾아갔다. 점심 장사 후 종업원들의 식사 시간이라 조금 기다려서 4시 반에 상을 받았다.
비빔밥이 나오기 전에 11가지 찬이 나오고 계란찜까지 도합 12가지 반찬이 나왔다. 그저 그랬고, 딱히 탁월한 맛을 보여주진 못했다. 만이천원짜리 메인에 충실하란 걸거야 했지만, 반찬 중 조금 특별한 게 서너 가지는 나올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했다. 비빔밥에 들어간 재료를 일부 찬으로 내는 건 조금 너무했다. 가짓수를 절반 또는 2/3로 줄이고 메인과는 색다른 조화를 이루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국물을 좋아하지만 콩나물국에도 별로 숟가락이 안 갔다.
묵직한 놋대접에 나온 비빔밥은 받침이 있는 조금 덥혀진 상태였다. 이것저것 고명으로 얹은 건 많았지만, 역시나 개성이랄까 특색이 없는 평범한 비주얼이다. 이런 거 솔직히 칠팔 천원 받으면 그런대로 실망하지 않았을 거다. 백보 양보해서 만원 이상 빋는 건 무리였다.
비빔밥이 만이천원이면 거기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중 양보할 수 없는 건 다른 데선 먹어보기 어려운 맛 또는 개성이다. 각종 재료를 비벼 먹는 비빔밥의 특성상 특별한 맛을 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다. 맛이 뛰어나지 않으면 값을 내리면 된다. 정 그 값을 고수하고 싶으면, 방법이 있긴 있다. 담양 대통밥처럼 먹고 난 놋그릇을 기념으로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뭐, 못 이기는 체 수긍할만 하겠다.
외지인들에 많이 알려져서인지 놋대접 데코레이션 같은 데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맛이 좋았으면 이런 비주얼이 좋아보였을 텐데, 별 감흥이 없다. 외지인들이 무척 찾아오는 듯, 찬그릇들이 종류별로 수십여 개씩 열맞춰 준비되고 있었다. 이런 것도 안 좋아보였다. 너무 외양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명색이 전주 대표 음식인데, 음식은 정성이지 속도가 아니다. 그런 건 기내식 비빔밥 납품할 때나 잘하면 된다.
계산하러 나가다가 벽에 자신 있게 내건 대형사진속 재료들을 다 사용하기나 한 건지, 수십여 가지 특제 효소들은 어디에 쓴 건지 괜히 시큰둥한 반응이 스물거린다. 광주리에 한가득 담아놓은 야채들도 모형이다. 맛의 고장에서 신선한 재료로 보기 좋게 늘어놓았다면 좀 더 신뢰가 가지 않었을까.
맛의 여운이고 뭐고 마뜩찮아서 서둘러 계산하고 나왔다. 다시 전주에 가게 되면 기필코 토백이들을 수소문해서 허름하지만 정말 실한 비빔밥집을 소개받든지, 아니면 차라리 길가에 흔한, 그렇지만 숨어 있는 맛을 내는 백반집을 찾을 것이다. 내 점수는 5점에 2.1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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