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오봉을 가다
Posted 2013. 7.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봄부터 벼르던 북한산 오봉-여성봉 산행을 지지난주 토요일에 다녀왔다. 9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서 강동역까지 버스로 가서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10시 반이다. 도봉탐방지원센터부터 우이암 방향 보문능선으로 오르니 도봉주능선에 이르렀다. 계속 가면 주봉과 자운봉이 나오면서 포대능선, 사패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왼쪽길로 접어들어 오봉샘에서 한 모금 축인 다음 오봉으로 향했다.
우이암을 들르지 않고 오봉으로 내쳐 갔는데, 길은 대체로 완만했다. 험하거나 힘든 구간은 거의 없었지만, 도봉산역부터 제법 걸어야 다다를 수 있었다. 오봉샘에서 작은 언덕길을 지나면 저 앞으로 오봉의 웅장한 산세가 예고편처럼 등장하면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한다. 거대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 연속해 서 있는 게 장관이다. 오봉이니 봉우리가 다섯 개여야 하는데, 네 개는 확실한데 하나가 긴가민가다.
일봉과 이봉을 뒷쪽에서 가까이 잡아보니 거대한 암벽 꼭대기에 모자처럼 보이던 게 실상은 이렇게 거대하고 멋진 바위였다. 우뚝하면서도 반듯한 게 암벽 등반하는 이들의 도전을 유혹하는 것 같다. 가까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떨어져 있고, 전혀 만만하게 볼 게 못 된다. 아래 사진은 삼봉과 이봉이다. 위 아래 사진의 오른쪽 바위가 같은 이봉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바위처럼 보이는 게 신기하다.
다섯 봉우리 가운데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가장 도드라보이면서 암벽 등반하는 이들이 육안으로도 보이는 삼봉이었다. 일반 등산객들은 눈앞에 빤히 보이는 오봉을 오를 순 없고, 훈련 받고 장비를 갖춘 이들만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간격을 두고 여러 클라이머들이 매달려 있는 게 저쪽은 프로고, 이쪽은 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봉우리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 싶어 서둘러 오봉 전망대에 이르렀지만, 여기서도 다섯 개 모두를 볼 순 없었다. 저 아래 있는 게 그건가 했더니 아니란다. 삼봉과 오봉 사이에 있는 사봉이 가려서 잘 안 보이는데, 전망대를 지나 여성봉으로 가는 길에 오봉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포토 존이 있었다. 앞태만은 조금 못했지만 오봉의 뒷통수들이 온전히 드러나 있었는데, 역시 산이 공평한 게 한쪽과 다른 쪽에 서로 다른 풍경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오봉에서 1.2km 떨어진 여성봉도 이름처럼^^ 멋진 곳이었는데, 봉우리 주변이 넓고 깎아지른 훌륭한 바위산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조망하는 오봉과 도봉산의 산세도 시원한 게 볼만 했다. 되돌아가지 않고 송추 쪽으로 내려가 버스 타고 구파발역까지 와서 다시 지하철과 버스로 돌아오니 4시 반이다. 순수 산행에 4시간 정도 걸렸으니, 단풍 들고 시원한 가을에 다시 한 번 찾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맞아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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