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예류
Posted 2013. 11. 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
타이페이 여행을 처음 하는 관광객들이 시내를 벗어나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는 대표적인 근교 여행지는 지우펀(九份)과 예류(野柳)다. 작년에 갔던 우라이(烏來)도 있고. 이번에 하루 더 있으면서 핑시(平溪)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 중 하나만 추천하라면 망설이지 않고 꼽을 수 있는 곳이 예류다.
우리네 서울역 같은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15분 간격인 시외버스 1815번(요금은 NT 96원)을 타고 한 시간 조금 더 가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언덕을 지나 내리면 된다. 15분 정도 걸어서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지질공원(Geopark)이라고 써 있는데,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데서 쉽게 보기 어려운 신기한 모양의 바닷가 바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 관광지이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몰려드는데, 공원 앞 대형주차장을 관광버스 수십 대가 쉼없이 들고나고를 반복한다. 수십 명씩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행진하는 이들과 같은 시간대에 입장한다면 수와 소음에서 압도적인 이들로 인해 혼잡한 가운데 십중팔구 맘에 드는 곳을 구경하거나 잠시 멈춰서 사진 찍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타이페이에서 8시 전에 일찍 출발할수록 호젓한 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호텔 조식을 일찍 먹고 부랴부랴 서둘러 7시 반쯤 타이페이역에 도착해 버스를 탔지만, 도착해서 줄 서서 표 사고 다시 걸어 들어가 예류 해안을 걷기 시작한 건 10시가 넘어서였다. 1.7km에 이르는 해안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최소 1-2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인파 못지 않게 10시 이후 바닷가에서 사정 없이 내리쬐는 햇볕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팔다리와 얼굴이 제대로 탈 걸 각오하고 모자와 선글라스, 선크림 등을 준비해야 한다.
입장료는 NT 50원(2천원) 밖에 안 하는데,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관광지가 있었다면 최소 만원은 받지 않았을까 싶다. 타이페이 시내에서 오가는 왕복 교통비와 입장료가 우리 돈 만원이면 되니, 아침 일찍부터 타이페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이른 오후까지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멋진 구경을 하는데 드는 예산치곤 저렴한 편이다.
예류가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움직이나 하는 분들은 아래 파노라마 사진에서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이런 게 오른쪽으로 하나 더 있고, 좀 더 가면 왕복 한 시간 정도 야트막한 해변 산책로를 트래킹하는 코스도 나온다. 이곳에 두 번 와서 바위들만 구경하다가 이번엔 트래킹까지 할 수 있었다.
해수 침식과 풍화 작용이 빚어낸 예류 해안의 바위들은 넓게 펼쳐진 규모와 다양한 형상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게 만들고, 바위 하나하나마다 경탄을 불러일으키면서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모양이 독특해 볼만하고 가이드에 안내된 바위일수록 많이 몰려들어 기다려야 하는 건 인지상정.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멋진 바위를 만든 바닷물과 바람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바위 모양을 점점 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크게 눈에 띌 정도의 변모는 아니어도 제법 시간이 흐르면 이곳의 멋진 바위들도 서서히 깎여나가거나 부서져 나가 지금과는 다른 모양이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 바위는 여왕바위인데(http://jayson.tistory.com/465), 그놈의 인기는 여전해 이제나 저제나 줄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번에는 전에 스쳐 갔던 아이스크림 바위를 재밌게 봤는데, 생긴 형상에 따라 이름도 잘도 붙였다. 아래 바위 같은 건 딴데 가면 대접 받겠지만, 여기선 명함도 못 내민다.
경치도 좋았지만, 더운 것만 빼곤 날씨까지 화창해 여행하기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기기묘묘한 해변 바위들에만 환호하던 지난 여행들에 비해 이번엔 해변과 닿아 있는 낮은 산길을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서 바다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아왔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 트레킹은 생략하는데, 역시 앞뒤로 걷고 있는 이들에게서 들리는 우리말에서 의지의 한국인들의 요즘 걷기 열풍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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