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이 아니라 가능한 한이다
Posted 2014. 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한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 김에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한두 번 더 나눠야겠다. 한자를 잘못 읽거나 혼동해 바꿔쓰는 경우도 있지만, 한자와 우리말이 결합됐을 때 잘못 사용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건 사용자들의 실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특히 방송이나 인터넷 뉴스에서 잘못 사용된 어문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유행하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가능한은 <그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같은 데 쓰이는 말로 틀린 말은 아닌데, 여기에 어떤 한도를 결합해 쓸 때 이 말을 종종 잘못 사용하는 일이 발생한다. 가령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가능한 한 10시까지는 들어와라>로 써야 하는데, 이걸 그냥 <가능한 10시까지는>이라고 쓰는 경우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서란 뜻으로 쓸 때는 당연히 가능한 한이라 써야 하는데, 그냥 무심코 가능한으로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렇게 써도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는데, 그러려면 한글 가능한이 아니라 한자어 可能限을 우리말로 쓴 거라고 말할 경우에만 맞다. 원래는 한글 가능한을 썼으면 한자어 한(限)을 붙여야 말이 된다. 비슷한 예로 <네가 약속한 한 지켜야 한다>를 들 수 있는데, 여기서 한정할 한(限)을 빼고 그냥 <약속한 지켜야 한다>로 쓰면 이상하고 말이 안 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그런데 요즘엔 워낙 발음하는 대로 쓰거나 복잡한 어문 규정 따지지 않고 그냥 막 써도 딱히 뭐라 안 하는 세태가 되다 보니, 대충 아무렇게나 쓰는 일이 늘어나고 있고, 시나브로 이런 게 대세로 굳어지다 보니 별 문제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저 식자유환(識者有患)이라고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졸지 않고 제대로 배웠던 이들이나 불편하게 느끼는 정도가 된 것 같다. 아, 식자유환은 <괜한 걱정(잘난체)하고 있네>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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