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2 - 다슬기 해장국과 순두부
Posted 2012. 10.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전에 가 보지 않았던 도시나 마을로 하루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길 때, 구경하는 것 못지 않게 생기는 기대감 중 하나는 당연히^^ 먹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그 동네만의 특별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이다. 어떤 때는 그걸 먹기 위해 여행을 간다는 말도 틀린 게 아닐 정도로 음식과 맛의 유혹은 여행의 감초 역할을 톡톡이 한다. 여행에서 풍경과 음식 둘 다 좋을 때, 우린 대개 끝내주는 여행을 했다고 한다.^^
영월에서 꼭 먹어야 하고, 안 먹고 오면 후회하는 건 다슬기 해장국과 곤드레밥이다. 사람에 따라 송어회를 꼽기도 하는데, 이웃한 평창이 좀 더 유명하고, 곤드레밥도 붙어 있는 정선이 좀 더 유명한 편이다. 그러니까 영월에서 딱 하나만 먹고 와야 한다면 동강과 서강에서 잡은 다슬기를 듬뿍 넣어 만든 해장국이나 순두부 되시겠다. 영월역 주변에 식당이 여러 곳 붙어 있는데, dong님은 우리를 원조 격인 다슬기 향촌/성호식당으로 데려갔다.
관례대로 나눠 먹으려 해장국과 순두부를 한 집이 하나씩 주문하자 반찬이 먼저 깔렸다. 어리굴젓, 고들빼기, 도라지 무침과 파래 무침이 김치 깍두기와 함께 나왔는데, 하나같이 우리입에 맞아 굴젓과 도라지는 리필해야 했다.
반찬 리필을 부탁하면 그 식당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집처럼 자기네 반찬 잘 먹어준다고 듬뿍 담아 내오는 집이 진국이다. 의외로 쫀쫀한 집이 많은데, 잔반 안 남긴다며 머리 쓰는 것 같지만 장사 못하는 거다. 사실 손님들이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 짭쪼름한 게 반찬만으로도 밥도둑이 따로 없는데, 이쯤 되면 메인은 안 봐도 비디오다.
다슬기 해장국은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워낙 고추기름 들어간 뻐~얼건 순두부를 좋아하는 나는 옆 상에 나온 걸 힐끗 보고선 로즈마리에게 양보하고 몇 숟가락 얻어 먹었다. 사진으론 부추가 얹혔을 뿐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보이는데, 그 느낌 그대로 자극적이지 않고 기분 좋은 맑은 맛이었다. 나오면서 인상 좋은 주인에게 물으니 아무래도 순두부보다 조금 더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내가 시킨 건 2번 메뉴인 다슬기 순두부였는데,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나왔다. 다대기를 안 넣고 나온 대로 그냥 먹었는데, 얼큰한 맛보다는 시원한 맛을 즐겼다. 수저를 들어 올릴 때마다 순두부와 함께 다슬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북하게 길어올려졌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강에서 다슬기가 얼마나 많이 나길래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걸까.
dong님은 순두부를 시키고선 해장국을 먹는다고 forest님과 티격태격했는데, 오래 두 분을 봐 온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오하려 정겨운 풍경이다. dong님 앞에 놓인 카메라는 니콘 D700이고, 포님은 D70인데, 무게와 가격이 세 배 더 나간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진작부터 DSLR 세계로 건너오라고 했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의 매력 때문에 우린 그냥 루믹스에 만족하고 있다.
다슬기가 들어간 전골과 전도 있는데, 해장국이 7년 전엔 한 그릇에 5천원이었나 보다. 지금 받는 7천원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같았다. 그 날 우린 저녁엔 곤드레 밥을 먹고 시장에서 배추전과 메밀전병도 맛보고 한 상자씩 사 왔는데, 그 중 단연 영월을 대표할 만한, 다시 먹고 싶은 건 이 집 다슬기 해장국과 순두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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