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그릇 시장, 도구야스지
Posted 2016. 5.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원래 둘째만 데리고 부자여행을 하려던 이번 오사카-교토 여행에 아내가 힘께 가면서 Must Have 아이템이 생겼는데, 그릇을 좀 사 오는 일이었다. 우리 그릇이나 중국 그릇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는 일본 그릇은 그 동안 홍대 카페 등에서 비싸게 파는 걸 눈요기하면서 밥공기 한두 개 장만하는 데 그쳤는데, 이번에 가는 김에 그릇 시장에 들려서 몇 개 사 와야겠다는 게 아내의 여행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첫날 도톤보리에서 점심을 먹자마자 에어비앤비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우리가 걸어서 출동한 곳은 같은 난바에 있는 도구야스지(道具屋筋). 까만 바탕에 빨간색의 길 도 자가 크게 보이는 남대문시장 분위기의 그리 길지 않은 아케이드 골목인데, 우리가 보통 일본 스시집이나 라멘집에서 보던 예쁜 그릇을 파는 시장이다.
여기에서 밥공기, 국그릇, 간장 종지 등을 고르고, 교토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 가는 길에도 그릇 가게가 보이길래 구경을 했다. 비싼 건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고, 몇 백엔에서 천 엔 정도 받는 그릇들 - 그래도 우리나라에 물 건너오면 제법 받을듯한 - 에 꽂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신나게 구경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던 간사이공항 면세점에서 우연히 작은 밥공기 5개 세트를 2천엔에 팔길래 마지막으로 득템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 시장 사람들은 손님이 고른 작은 그릇을 일일이 계산기를 쳐 가며 합산한 다음, 깨지지 않도록 신문지로 둘둘 싸고, 키가 맞는 작은 종이 박스에 우겨넣는 느리지만 꼼꼼한 시장상인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챙겨 온 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내는 돈 생각하지 않고, 망설이지 말고 조금 더 사 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을 표시하곤 했는데, 뭐 그런 핑계로 얼리 버드 티켓 눈여겨보다가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한 번 더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종종 미국에 가면 Crate & Barrel(7/20/10)에 들려 실용적인 접시나 그릇 몇 개 사 오는 게 일이었는데, 다음엔 자기가 고르겠다며 벼르던 아내가 이번에 소원을 어느 정도 풀었다. 반찬이며 샐러드를 담아 먹으니 식탁 분위기가 더 산뜻해진 것 같다. 다 합해야 우리 돈으로 몇 만원 정도밖에 안 하는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글쎄 이런 게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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