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예쁜 창
Posted 2011. 9.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이런 그림 같은 창문을 보면 일순 할 말을 잊어버린다. 화사한 색깔들에 약간 오래된 듯한 스크래치들이 절묘하게 결합된 파주 프로방스의 창은 하나하나가 개성 있고 간단한 소품들과 잘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단순하다.
이런 걸 올리브 그린이라고 부르던가. 프로방스가 애용하는 컬러들 가운데 없어서는 안될, 어쩌면 가장 많이 쓰는 색이다. 연보라 담벽과 흰색 창틀과 썩 잘 어울렸다. 유럽풍의 기와마저 단색이 아닌 게 풍경에 포인트를 더해 주었다.
프로방스의 창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흰색 격자 창과 세트를 이루면서 묘한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성냥갑 같고, 공장 같은 아파트들 속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사람 사는 냄새, 연기, 대화, 음식이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살고 싶게 만드는 집들이다.
가게들 가운데는 약간 언밸러스가 느껴지는 집들도 하나 둘 보였는데, 틀은 프로방스지만 조금 억지로 꾸며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는데, 다행히 이런 집이 그리 많이 눈에 띄진 않았다. 프로방스의 보이지 않게 화려한 분위기에는 간판 하나, 배너 하나 단순하고 어울리는 것들을 써야 할 것 같다. 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프로방스 하면 생각나는 화가 고흐 형님의 자화상으로 창문을 도배한 작은 집이 있었다. 예전에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고흐 자화상 엽서가 9장인가 하길래 그 정도쯤인 줄 알았는데, 더 많이 자기를 그렸나 보다.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연이 있었을까.
고흐의 자화상은 창문뿐 아니라 문짝창에도 잘 어울렸다. 근데 웬지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흐를 만나거나 그의 기운을 느끼기보다는 먼지만 뒤집어 쓸지도 모르겠단 소심한 생각이 든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기보다는 창고에서 고흐 칼렌다를 꺼내 거실에 달고 며칠에 한 장씩 넘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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