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축제
Posted 2010. 9.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안양농수산물 시장이 있다. 과일, 야채, 수산물과 축산물 가게까지 다 있어 종종 마실 가곤 한다. 며칠 전부터 이번주에 이곳 주차장에서 전어 축제를 한다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금요일 점심시간에 가 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안 좋아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축제 분위기가 안 났다. 간이 무대와 의자까지 마련한 걸로 봐 가수들도 오는 모양이다. 주말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좀 몰려들지 모르겠다. 뒤에 보이는 산이 모락산(384m)인데, 왼쪽 봉우리가 자주 오르내리는 사인암이다.
타이틀은 전어 축제지만, 소머리국밥부터 오징어 순대까지 이것저것 다 있다. 오늘의 미션은 전어를 먹는 것이기에, 구이와 튀김을 하는 곳으로 찾아 갔다. 수족관이 아닌 대형 바구니에 전어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작은 채반으로 수북하게 퍼서 불판에 올린 다음 적당히 익으면 뒤집으면 되는 게 전어 구이다. 꼬치에 여러 마리 끼어서 숯불에 돌려가며 굽는 집도 있다는데, 여기선 볼 수 없었다.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 구이. 조금 더 큰 놈이면 좋겠지만 역시 굽는 냄새도 좋은 데다가 적당히 구워진 게 보기도 좋아 얼른 뜯고 싶은 마음에 한 접시를 시켰다. 점심 때라 손님들이 많이 올 걸 예상했는지 벌써 몇 백 마리는 초벌로 구워 놓고 한쪽 불판엔 연신 새로 올려놓고 있다. 초벌구이 전어는 추석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만든 모듬전인양 큰 채반에 빼곡하게 담겨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이 옆엔 튀김도 있는데, 구이가 냄새로 발길을 잡아 끈다면, 튀김은 바삭바삭하는 소리로 호객하고 있었다. 전어가 생선 치고는 작은 편이어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니 좀 더 커 보이고, 수북하게 쌓아 놓고 우선 시각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 전어회는 바로 옆 수산 시장에서 Kg으로 사 와야 했고, 몇 집은 전어 무침도 내고 있었다.
구이와 튀김을 한 접시씩 시켜 정신 없이 뜯었다. 나무 젓가락으로 가시를 발라내던 직원들이 내가 양손으로 뜯으면서 뼈째 씹어 먹는 걸 보더니 하나 둘 따라 한다. 크기가 작아 제대로 발라내다간 남는 게 별로 없고, 가시나 뼈나 다 씹을 만 했다. 넷이 먹었는데, 둘은 튀김이, 다른 둘은 구이가 맛 있다고 편이 갈렸다. 로즈매리가 종종 생선구이 타령을 하는데, 이거 보고 가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체 하고 마실이나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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