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보름 식당밥
Posted 2017. 2.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정월 대보름이 토요일인지라 금요일 점심에 식당에 갔더니 나물 밥상이 한 상 차려 있었다. 보통 때도 종종 나오는 콩나물과 시금치 외에 구운 김과 달래장 그리고 취나물, 고구마순, 고춧잎 등이 함께 나와 구색을 맞추고 있었다. 밥도 찹쌀이 조금 들어가 윤기가 나는 팥밥과 미역국에, 콩이 들어간 떡까지 동네식당 대보름밥상으로 손색이 없는 차림새였다. 올해는 빠졌지만, 어느 핸가는 보름에 먹는 껍데기 있는 땅콩까지 내서 까 먹는 재미를 준 적도 있다.
이 식당은 여름철 복날이면 삼계탕을 한 대접씩 끓여 내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위의 얼마 못 가는 식당들에 비해 십 년 넘게 건재하면서 우리 같은 단골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반찬 몇 가지를 시절에 맞춰 바꿔 내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자주 가는 손님들에겐 민감할 수 있는데, 집밥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 집의 장수 비결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커다란 들솥에 뜨끈한 누룽지를 끓여 물 대신 마시게도 하니 자주 발걸음을 붙잡는다.
대보름은 설과 가깝기도 하고, 도시에선 누구나 지키는 명절이 아닌 지 오래 돼 어렸을 때 먹던 오곡밥이며 어둔 색깔의 풍성한 나물들, 그리고 호두와 땅콩 같은 부럼을 일일이 챙기지 않게 된 지도 제법 됐다. 동네 형들과 하던 쥐불놀이나 연 날리기 같은 건 이제 언감생심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추억의 밥상을 받으니 희미해진 옛 추억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덕분에 올 여름엔 더위를 좀 덜 느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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