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Posted 2020. 12.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나무들이 옷을 벗는 요즘은 안 보려 해도 쓸쓸해 보이는 나무들의 속살이랄까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 그나마 메타세콰이어나 버드나무, 느티나무 같이 큰 나무들은 가지만 남아도 볼 만한 풍채가 있어 덜 외로워 보인다. 강변 산책을 하면서 미사리 조정경기장 뒷쪽 마을 어귀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그 일대 나무들 가운데는 견줄 게 없을 정도로 훤칠했는데, 좌우로 완벽하진 않아도 제법 균형 잡혀 큰 키가 더 크고 우람해 보였다.
그런데 윗쪽부터 중간까진 가지만 남았는데, 아랫쪽은 아직 잎이 덜 떨어진 건지 푸른 기운이 남아 있었다. 재밌는 나무군, 하면서 점점 가까이 가 보니 역시나 한 그루가 아니라 두 그루였다. 그것도 잎이 푸른 건 사철 푸르른 소나무였다. 가벼운 착시 현상으로 멀리서 볼 땐 하나로 보였던 것이다, 지나가면서 보니 둘 사이엔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그리 보인 것이었다. 그 흔한 새집 하나 없이 온전히 적나라한 모양이 더 키가 보였고, 더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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